[기자수첩] '적반하장' 日, 전향적 태도 보여야
 [기자수첩] '적반하장' 日, 전향적 태도 보여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한국이 올 여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를 밟으며 제소했고, 이를 계기로 (수출규제와 관련한) 대화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한국쪽에서 마련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저의 기대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일본 정부에 수출 규제 완화를 요청한 데 대한 도미타 코지 주한 일본대사의 답변이다. 지난 22일 전경련은 주한 일본대사를 초청해 조찬간담회를 열었다. 이는 지난달 중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신임총리가 취임한 이후 처음 마련된 자리로, 일본 정부 측에 우리 기업인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양국 경제관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가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고 양국 경제 협력의 물꼬를 틀 유의미한 자리가 될 것이란 경제인들의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 이 자리에는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롯데건설, 한화솔루션, 대한항공, LS-Nikko 동제련, 효성, 삼양사, 풍산 등 일본 사업에 관심이 있는 기업 20여곳이 참석했다. 이런 기대를 방증하듯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계는 일본 정부를 향해 대한국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출규제 완화와 조속한 한일정상회담 개최, 제3국 시장 공동진출 확대 지원 등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석연치 않았다. 도미타 대사는 정책대화를 통해 수출규제의 해결이 모색되는 상황에서 지난 6월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절차가 다시 진행돼 대화가 중단됐다며 한국이 '대화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일 양국간 경제관계 발전을 위해선 강제 징용 문제를 비롯한 여러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일본이 대한국 수출규제 완화 및 경제 협력 전제조건으로 '대화환경 조성'을 내건 것인데, WTO 분쟁 절차 철회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무효 요구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 문제 해소와 관련해 경제 문제를 들고 한국을 압박하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실상 양국의 관계악화의 원인과 책임을 한국 정부에 우회적으로 전가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마치 때린 놈이 맞았다고 우기는 모양새다. 

앞서 일본 정부가 지난해 한국의 소부장 산업을 겨냥해 자국 기업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한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우리 대법원의 일제시대 강제징용 근로자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이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당초의 우려는 다행히 비켜갔다. 우리 기업들은 오히려 소부장 산업에서 일본 의존도를 낮출 기회로 삼고 공급선 다변화 및 국산화를 통한 자립에 속도를 냈다. 관련 투자와 혁신을 이어가며 유의미한 성과들을 창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에 있어서 한일 관계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 중 하나임은 여전하다. 양국 간 국제분업 체계가 정상화할 경우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는 막대하다. 전경련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에서만 무려 136조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또 베트남 지하철 공사, 몽골 공항건설 등 제3국에서 양국이 공동 진출해 성공한 사례들도 많다. 제3국 시장에서 한일 기업이 협력 진출해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상당한 것이다. 여기에 한일 갈등 외에도 한국 최대 무역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심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등 한국 경제를 옥죄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팬데믹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전세계적인 위기 상황이다. 이 같은 위기를 넘어 다가온 '포스트(post) 코로나'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국가 간 상호협력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소모적인 갈등과 대립을 야기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일본 정부의 모습은 아쉽기만 하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서 보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