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저점 찍는데 '빚지는' 증시 투자자들···신용거래 줄곧 10조
연저점 찍는데 '빚지는' 증시 투자자들···신용거래 줄곧 1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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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매매 증가 우려···"섣부른 투자 지양, 이성적 판단해야"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대내외적 이슈로 국내 증시가 크게 부진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이는 규모는 요지부동인 모습이다. 주가 반등을 기대해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여전한 것이다.

29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0조90억원으로 집계됐다.  2주 전인 11일(9조9228억원) 이후 10거래일간 862억원(0.87%) 증가했다. 2분기 초에 비해 주춤하지만 여전히 10조원선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와 비교해선 6536억원(7%) 늘어난 규모다.

올해 신용거래융자 잔고 추이(자료=금융투자협회)
올해 신용거래융자 잔고 추이(자료=금융투자협회)

시장별로는 유가증권 신용거래융자는 4조5600억원대였고, 코스닥은 5조4500억원 수준이었다. 특히 코스닥 신용거래융자는 열흘간 117억원 증가해 코스피시장과의 격차를 더욱 확대했다. 변동성이 큰 만큼 수익성 기대감이 높은 코스닥 시장에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으로, 빚을 내 주식을 사고 수익이 나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고 차익을 볼 수 있다. 잔고가 많을수록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미중 무역분쟁 우려와 한일 통상무역 갈등, 국내 기업실적 둔화 등에 국내증시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지만,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최근 들어 신용대출 금리 인하 이벤트를 잇달아 펼치고 있다. 투자자들은 저금리로 주식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 향후 상승장을 노려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KB증권은 지난달 말일까지 신용대출을 신청한 신규 고객에 연 2.8~4.8%의 금리로 대출해주고 있다. 대출 기간 60일까지는 연 2.8%, 90일은 3.8%, 180일은 4.8%를 적용한다. 기간에 따라 연 7.5~9.7%인 기존 신용대출 금리와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오는 31일까지 신규 신용·담보·매도담보융자 고객에 대출 기간 90일 동안 연 3.9%의 금리를 적용한다. KTB투자증권도 지난달 말까지 가입한 고객에 3년간 신용대출을 연 3.99%의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말까지 신용거래대출을 신청한 이에게 100일동안 0% 금리를 적용, '무료'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용거래융자가 증가하는 만큼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반대매매'다. 증권사는 투자자가 담보로 제공하는 주식의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강제로 주식을 처분, 대출금을 회수하는 반대매매를 행사한다. 따라서 변동장세에서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하게 되면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더구나 최근 여러 악재가 고개로 증시의 반등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은 현 시점에서, 막연한 상승 기대감에 섣불리 빚투자에 나섰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자본시장 한 연구원은 "현저한 하락장에도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반등 가능성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상승 모멘텀이 부재함에도 '낙관론'을 좇아, 일각의 분위기에 편승해 투자에 나서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증시에서 반대매매로 인한 매물이 대거 출회할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이성적 판단을 갖고 펀더멘털이 양호한 기업에 투자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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