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별일' 아니라는 한수원···주민들은 불안하다 
매번 '별일' 아니라는 한수원···주민들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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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기준치 이하면 절대적 안전 담보할 수 있는가"
"한수원은 만날 숨기려고만 하는 것 같다" 주민들 원성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진=김혜경 기자)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경주) 김혜경 기자] 지난 19일 경주시 양남면 발전협의회에서 열린 '월성 3호기 냉각재(중수) 누출 사고 설명회'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최근 월성 3호기에서 밸브 오작동으로 약 3.6톤의 중수가 누출되면서 현장 노동자 29명이 방사선에 피폭됐다. 한수원은 누출된 양이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강조했지만 주민들은 막대한 양의 중수가 누출됐고 일부가 삼중수소 형태로 격납건물 외부로 나갔다는 점에서 이들이 말하는 안전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후의 방호 보루가 무너진 사고임에도 단순 실수로 축소하기 급급하다는 것.

매번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별일 아니라는 사업자 태도에 원전 주변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분명한 정보 공개와 방호 조치의 미흡함, 확실한 합의를 거치지 않은 사업 실행은 주민들이 반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 한수원 "월성 3호기 냉각재 누설은 현장 인력 실수"

(사진=김혜경 기자)
(사진=김혜경 기자)

지난 11일 오후 6시 44분께 제 16차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월성 3호기에서 냉각재가 누설됐다. 한수원 월성본부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현장 책임자와 작업자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로 밸브를 혼동해 발생한 것. 이날 오후 6시 35분께 현장 책임자는 냉각재계통 냉각 중 가압기 격리를 위해 가압기 격리밸브의 '균압밸브(V19)' 개방상태를 확인하도록 작업자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작업자는 열려 있는 균압밸브를 확인하지 않고 닫혀 있는 '가압기 배수밸브(V14)'를 잘못 확인해 닫혔다고 보고했다. 이 같은 보고를 받은 책임자는 균압밸브가 닫힌 것으로 오인하고 밸브를 열라고 지시하고, 작업자가 오후 6시 41분께 가압기 배수밸브를 수동 개방하자 냉각재가 중수 수집탱크로 유입된다.

수집탱크와 연결된 펌프 회수라인으로 냉각재가 역류돼 원자로 건물 내로 누설되고 3분 후 경보가 울렸다. 가압기 배수밸브가 열린 것을 몰랐던 책임자가 이를 찾아내기까지 23분이 소요됐고, 7시 7분께 해당 밸브를 잠그는 조치를 취했다. 이후 9시 30분께 누설된 냉각재를 회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가압기 배수밸브가 열린 후 닫히기까지 총 26분이 소요되면서 3630kg의 중수가 유출됐다. 이 사고로 작업자 최대 피폭선량은 2.5mSv(밀리시버트)를, 주민의 경우 평균 0.0005mSv로 측정됐다. 각각 종사자 피폭 제한치(20mSv)의 약 12.7%, 일반인 한도(1mSv)의 0.05% 수준이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한수원은 해명했다. 현재 해당 발전소장은 직위 해제된 상태로 알려졌다. 

◇ "711DAC·7TBq 삼중수소 수치, 무시할 수준 아냐"

사업자 측의 설명대로라면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누출량과 삼중수소 농도 등 한수원이 밝힌 몇 가지 수치들을 분석해보면 '안전하다'고 단정 짓고 넘어갈 수 있는 경미한 수준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중수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중수로 특성상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농도가 다른 지역 경수로에 비해 최대 수백 배까지 높기 때문이다. 

삼중수소가 체내에 들어와 탄수화물, DNA 등의 구성요소가 되면 정상적인 수소와 치환돼 베타 붕괴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베타선을 내놓는 동시에 헬륨으로 핵종 변환을 하게 되면 DNA 변형 가능성이 높아진다. 높은 유아 사망률과 출산 이상, 암 발병 등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5월 한수원 원자력발전기술원의 '삼중수소 피폭방사선량 평가의 경향과 이슈에 대한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종사자 피폭의 30%가 중수로에서 발생한다. 또 삼중수소에 의해 오염된 음식물 섭취는 중수로와 경수로 주변에서 거주하는 일반인에게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피폭경로라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12일 오전 7시 기준 삼중수소의 원자로건물 외부(stack) 배출량은 약 7.0TBq로 측정됐고,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박양기 월성원전 본부장은 사고 발생 시 격납건물 내부 삼중수소 농도가 700DAC(유도공기중농도)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에서 약 하루 동안 기체 상태로 배출된 7TBq이라는 양은 지난 4월 기준 한 달간 월성원전 1·2·3·4호기 전체 삼중수소 배출량과 맞먹는 수치다.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월성운전 전체 삼중수소 배출량은 액체 상태의 경우 2.85TBq, 기체는 7.65TBq이다. 또 3월에도 액체 1.92TBq, 기체 발생량 7.42TBq을 기록했다. 

격납건물 내 삼중수소 농도 700DAC도 앞서 발생한 중수 누출 사고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6일부터 19일까지 3호기에서 중수 747kg이 누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격납건물 내 삼중수소 농도는 최대 7.4DAC, 최저 0.9DAC를 기록했다.

2006년 4월에도 3호기 원자로 건물 내 삼중수소 농도가 14DAC에서 125DAC로 급격하게 치솟았다. 정지냉각계통과 정화계통 간 격리밸브 몸체 밀봉 용접부위에서 냉각재가 누설된 것. 규제기관은 약 4.6cm 정도의 선형결함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이 사고로 4일간 총 222kg의 중수가 누설됐고, 외부로 3.2TBq의 삼중수소가 배출됐다. 내부 삼중수소 정상농도 기준은 1.6~3.2DAC이며, 5DAC 이상일 경우 '비정상운전절차서-731'에 따라 조치를 취한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중수 자체로는 방사선 수치가  별로 높지 않기 때문에 누설된 양 자체가 중요한데 3.6톤 정도가 유출됐다면 이 속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대부분 기화 상태로 변한다고 봐야한다"라면서 "삼중수소 농도 700DAC와 기체 상태로 나간 7TBq이라는 수치는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원전의 삼중수소 방출은 연간 피폭기준으로 내보내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본다"면서 "30~40년 가동했을 때 삼중수소가 주민들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과 관련, 현재 평가 단계에 있는데 추후 구체적인 결과가 나왔을 때 해당 수치가 치명적인 값으로 판명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출된 중수 3630kg 중 140~170kg가량은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홍 경주핵안전연대 사무국장은 "아직 최종 보고서를 보지는 못했지만 중간보고 결과를 서면으로 확인해보니 170kg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적시돼있다"면서 "사고 당시 건물 내부 삼중수소 농도도 설명회 때는 700DAC이라고 언급됐지만 추후 확인해보니 711DAC 정도였고, 이 수치가 평균치인지 최저 혹은 최고치인지 정확히 어느 시점의 농도를 말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지난해 10월 3호기에서 중수가 누출됐을 당시 월성본부에서 시간별 삼중수소 농도 변화 등 구체적인 수치가 기록된 자료를 제공했는데 이번에는 이 같은 자료를 주지 않고 있다"면서 "누설량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규제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은 "삼중수소가 격납건물 외부로 나간 건 사실이지만 극소량이기 때문에 원안위에서도 방사선 비상을 발령할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면서 "이는 연간 삼중수소 배출량의 0.03% 수준이며 원안위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보고서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과거 킨스(원자력안전기술원)의 사고·고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일일 삼중수소 배출량은 14.4TBq, 월간 제한치는 338TBq 정도다. 

이주요구를 하며 4년째 농성 중인 나아리 주민들이 월성원전 앞에 설치한 천막 (사진=김혜경 기자)
이주요구를 하며 4년째 농성 중인 나아리 주민들이 월성원전 앞에 설치한 천막 (사진=김혜경 기자)

월성본부 관계자는 "한수원 측정치와 실제 원안위 조사 결과 나오는 값은 오차 범위 내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거의 비슷하다"면서 "조사 결과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관련 조치가 취해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사고 발생 시 정보 공개부터 제대로 할 것을 요구했다. 택시기사를 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양남면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몇 십 년을 살았는데 원전 들어선 후 지역 분위기를 보면 다른 곳에 비해 월성은 좀 다르다"면서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잘못됐다고 소리라도 질러야 사업자가 시정하는 척이라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이번 중수 누설 사고도 언론 보도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면서 "원전에서 일 터지면 모든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인근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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