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사용후핵연료에 '지방세' 부과할 수 있을까
[초점] 사용후핵연료에 '지방세' 부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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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제 값' 찾아주기 첫 걸음···방사성폐기물 과세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진=김혜경 기자)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일반적으로 원자력 발전은 저렴한 에너지원이라는 인식이 있다. 원전의 가격경쟁력을 따져보려면 발전단가에 '모든 비용'이 제대로 포함돼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사회적 비용과 사후 처리비를 합산해도 저렴하다는 주장에는 핵연료세 미포함, 고압송전설비에 따른 피해, 사고위험 대응 비용 등 여전히 책정되지 않은 숨은 비용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해체·핵폐기물 처리비 또한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몇 년 전부터 원전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들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우라늄 핵연료 혹은 폐연료봉을 포함한 방사성폐기물에 일정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원전 소재 5개 기초자치단체는 지난 2011년 행정협의회를 구성하고 방폐물 과세를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을 추진해왔고, 원자력연구원이 위치한 대전광역시도 지난해부터 과세 논의가 본격화된 상황이다. 원전에 대한 지자체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고 비상 상황에 대비해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이는 장기적으로 원전의 가격경쟁력을 낮춰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데도 일조하는 효과가 있다. 

◇ 모든 원전은 핵폐기물 저장소?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지역자원 보호, 안전관리 등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명목으로 발전 사업자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한다. 원전의 경우 발전량을 과세표준으로 킬로와트시(kWh)당 1원이 부과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매년 지역자원세, 사업자지원사업 등으로 구분해 발전량 기준 ㎾h당 1.5원 정도를 해당 지자체와 원전 지역 주민에게 지원하고 있다. 

해외 사례와 원전의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했을 때 현행 세율은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지난 2015년 원전 자원시설세가 인상됐지만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것. 또 다른 발전원과 달리 원전은 연료 자체에 대해 별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다는 점과 사용후핵연료도 세금 산정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둘러싸고 논쟁이 이어져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발전연료에 붙는 세목은 기본적으로 개별소비세와 관세, 수입부담금, 품질검사 수수료, 교육세다. 이 중 액화천연가스(LNG)에는 개별소비세, 관세, 수입부담금이, 유연탄에는 개별소비세만 붙지만 핵연료에는 부과되는 세목이 없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한국가스공사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LNG가 유연탄보다 3.5배 정도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반면 우라늄 핵연료에는 단 1원의 세금도 붙지 않는다. 2016년 10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핵연료에 대해 10%의 세금을 부과해, 사업자가 매년 1000억원을 지방세로 더 내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역민들의 최대 의문은 각 발전소 내 임시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각종 방사성폐기물들이 언제까지 보관되느냐다. 원전 폐기물은 방사능 선량을 기준으로 고준위와 중·저준위 폐기물로 분류된다. 이 중 고준위에 해당되는 것은 페연료봉을 의미하며 중·저준위의 경우 원자로헤드, 증기발행기 등 교체된 원전 부품을 포함해 필터, 폐수지, 작업복 등이 포함된다. 

현재 고준위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장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후핵연료가 원전 내 보관되는 기간은 늘어나고 있다. 경주 중·저준위방폐장이 완공됐음에도 극저준위에 해당되는 선량이 미미한 폐기물만 노란 드럼통에 담겨 옮겨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선량이 높은 대형금속폐기물 등 중준위는 여전히 원전 내 보관되고 있는 실정이다. 각 지역 원전은 실질적으로는 핵폐기물 저장소인 셈이다.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한수원은 원자로에서 폐연료봉을 꺼내 임시 저장고에 넣기 전까지 일정 비용을 정부에 부담금 형식으로 적립해둔다. 한수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4조원 정도가 적립됐지만 일각에서는 누적된 비용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과 산업부가 전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용후핵연료를 장기간 보관함으로써 발생하는 위험 부담을 세금 형식으로 부과해 지역민을 위한 방재 용도로 사용하자는 것"이라면서 "고선량 방사선을 내뿜는 폐연료봉의 위험성을 고려해 제도적 환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과세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 원전 가동 중단되도 위험성은 여전···지방세연구원 "폐기물 과세 가능"

경주·기장·울진·영광·울주 등 원전소재 5개 기초자치단체는 행정협회의를 만들고 2011년부터 방폐물 이전 촉구와 중앙정부에 지방세 신설과 관련된 입법을 요구했다. 2016~2017년 강석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전 내 방폐물 과세 관련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해 2월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정안 토론이 개최됐다. 이후 6월 2차 학술용역이 실시됐고,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각 지자체는 이번 달 안으로 상임위 구성이 완료되면 논의를 다시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원전 관련 지방세가 전기 발전량에만 비례해 과세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발전이 정지되더라도 외부 처분장을 만들기 전까지 핵폐기물은 여전히 각 원전 내 보관되기 때문이다. 현재 고리와 월성 1호기가 가동 중단된 상태에서 해체 작업 착수부터 완벽하게 종료되기까지 최소 40년에서 최대 80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 

현재까지 발의된 지방세 개정안 등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에 부과될 세금은 경수로의 경우 다발당 550만~600만원, 중수로는 22만원 정도로 연간 세수는 700억에서 2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중·저준위방폐물의 경우는 드럼당 40만원으로 책정되며 3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중·저준위의 경우는 경주 방폐장에 반입될 시 드럼당 별도 수수료를 내고 있다.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신광식 기장군 공정조세과장은 "원전이 가동을 멈춘다고 해서 발전소가 지역에 위해를 가하는 부분이 없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지역 입장에서 단순 지역지원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은 한계가 있다"면서 "지금까지 세율 인상이나 혹은 신설이냐를 두고도 논쟁이 있었는데 지난 2월 지방세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는 방폐물 과세에 대한 긍정적인 결론이 도출됐다"고 말했다. 

지방세연구원의 ‘원자력발전에 대한 제세부담금 및 해외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의 외부효과는 원전 시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발생하기 때문에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방폐물 저장, 공공안전관리 등과 관련된 재원확보를 위해 지방세를 과세하는 것이 가능하다. 

연구원은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해 다른 목적으로 과세할 경우 이중과세로 보기 어렵다"면서 "다수의 국가에서 원자력발전 생산부터 폐기물 저장단계에 걸쳐 다양하게 과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 및 중앙정부 부담금과 함께 지방세 부과도 동시에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방세연구원이 2013년 발간한 '사용후핵연료 저장에 대한 지방세 과세가능성 연구' 보고서에는 원전 내 저장중인 사용후핵연료나 방사성폐기물로 과세대상을 확대하기보다는 현행 세율을 인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신 과장은 "일본의 경우 발전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다가 지난 2014년부터는 설비용량에 따라 과세하고 있다"면서 "국세, 지방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사용후핵연료를 중량으로 매겨 과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두 차례에 걸친 심의 결과 산업부에서는 방폐물에 대한 재원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지만 지방세보다는 지원금 등 다른 지원 형태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당시 산업부는 지속적으로 전기 요금 인상 가능성과 이중과세 논리를 제기하며 반대의 입장을 보였는데 실제 요금 인상은 미미할 수준일 뿐만 아니라 이중과세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이미 확보된 상태"라고 말했다. 

울진군청 관계자도 "두 번의 학술 용역 결과에서 지방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도출됐다"면서 "당초 한수원이 원전 밖으로 가지고 나가야 할 폐기물을 계속 발전소 내 보관함으로써 지역 외부 불경제에 영향을 미치니 지방세를 부과해 보상을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기물에 과세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역 주민들이 불안함을 느끼니 조속히 외부로 반출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비용화하는 것은 필수"라면서 "특히 사용후핵연료 같은 경우 원전 내 보관에 대한 위험 비용도 별도로 부과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전용 핵연료와 폐연료봉 양쪽 모두 과세하는 방안이 옳다고 보지만 지방세로 귀속이 되어야 할지 국세 형태로 부과해야 할지는 세제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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