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4호기와 증기발생기①] 모든 원전은 핵폐기물 저장소? 
[한빛 4호기와 증기발생기①] 모든 원전은 핵폐기물 저장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시' 아닌 '영구'적 방폐장 될까봐 두려운 주민들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해 7월 총체적 안전 관리 부실이 여과 없이 드러난 한빛 4호기. 격납건물 철판 부식과 콘크리트 공극에 이어 증기발생기에서 망치 형태의 금속 이물질까지 발견되면서 규제기관과 사업자의 안전 불감증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당시 국정감사장에서 이어진 질타에 이관섭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증기발생기를 조기 교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수원은 당초 12월로 예정된 한빛 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를 오는 10월로 앞당겨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교체 후 기존 증기발생기는 중준위방사성폐기물로 분류돼 원전 내 별도의 장소에 보관된다. 증기발생기를 포함해 원자로헤드, 가압기 등 대형 원전부품 방폐물이 늘어남에 따라 임시 저장 건물을 짓기 위한 별도의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셈이다. 원전 내 쌓여가는 핵폐기물은 비단 고준위인 사용 후 핵연료만이 아니다. 

중·저준위용 방폐장이 오랜 사회적 합의 끝에 건설됐음에도 지금까지 경주로 이동된 대형폐기물은 단 하나도 없다. 주로 일반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극저준위만 들어가 있고 선량이 높은 폐기물은 원전 부지 내에 방치돼 있는 것. 4호기 증기발생기가 교체되면서 한빛 원전 내 방폐물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은 대형폐기물을 보관하기 위한 '임시 저장소'가 영구적인 방폐장이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 '공극·부식·망치' 총체적 난국의 한빛 4호기···한수원 "제작시 유입 추정"

원자로, 터빈과 함께 원전 3대 주요 설비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는 1mm 크기의 8400여개 관들로 이뤄져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초고열과 초고압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다. 

한빛원전은 지난해 5월 16차 예방정비 중 증기발생기 내부에서 폭 40mm, 길이 110mm 크기의 망치 형태 금속과 와이어, 반원형을 비롯해 계란형 금속 4개를 발견했다. 이 중 와이어와 반원형 금속 2개를 비롯해 기타 이물질 30여개는 제거됐지만 망치와 계란형 금속은 제거가 불가능한 상태다. 

한수원이 민간환경감시단체에 단순 이물질로 축소 보고한 후, 지난해 7월 언론보도를 통해 이물질의 실제 정체가 망치라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사업자 측은 제작 때부터 20여 년간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제작 공정 분석결과 제작시 유입된 것으로 판단됐다"면서 "제작사인 두산중공업이 현장 설치와 시운전도 함께 실행하는데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두산중공업에 일정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증기발생기 내부는 고온·고압의 물이 세관을 따라 흐르고 있다. 특히 망치 형태의 크기가 큰 금속물체가 내부에서 돌아다닐 경우 세관 여러 개가 한꺼번에 파손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러 개의 세관이 손상을 입을 경우 빠른 시간 내 많은 냉각수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중대사고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주기적인 정비를 진행함에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은폐를 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6년 1월자 원자력안전기술원(킨스)의 한빛원전 4호기 정기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적 사항 8개 중 하나로 ‘증기발생기 2차측 이물질 검사 및 제거 절차서 부적합’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 2000년 이후 한빛 4호기 정기검사 보고서에도 몇 년 주기로 원주방향균열과 관막음 기준 초과 현상, 금속 물질 제거라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전문가들은 세관 관막음 현상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기준치를 넘게 되면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미 교체 완료된 한울 3·4호기를 포함해 한빛 3·4호기도 원래 교체 계획이 있었고 4호기는 2개월 정도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라면서 "망치 등 이물질 문제 때문이 아니라 Alloy 600에서 690으로 재질을 바꿔 구 증기발생기 대비 안전성을 높인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Alloy 600 재질로 만든 증기발생기가 약 10년이 지나니 문제가 생겨 이번에 690으로 바꾸는 것"이라면서 "국내 두산중공업 혹은 웨스팅하우스 등 외국업체에서 제작했던 그 무렵에 만든 증기발생기는 다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다른 원전 증기발생기에 비해 한빛·한울 등 한국 표준형만 유독 수명이 짧은데 원전 설계 수명이 40년이라면 20년을 못 채우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설비상 단점인데도 불구하고 재질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 원전 내 대형폐기물 '임시' 저장고는 영구 보관 수순?

현재 한빛 원전 내에는 두산중공업에서 제작한 신규 증기발생기 2기가 입고돼있다. 한빛 3호기의 경우 오는 2019년 교체 예정이다. 예정대로 10월에 증기발생기를 교체할 경우 한빛 원전 내에는 대형 금속폐기물이 또 쌓이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원전 내 건설된 대형폐기물 임시 저장고를 두고 지역 주민들은 불안하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고준위로 분류되는 폐연료봉 외에도 중·저준위 폐기물이 쌓여가는 형국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에 요청해 제출받은 '국내 원전 대형폐기물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이미 발생됐거나 교체 계획이 완료된 원전 대형폐기물은 총 24대며, 교체 비용은 약 1조49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한울과 한빛 원전이 각각 10대(각 41.66%)로 가장 많다. 

증기발생기 등 대형 금속폐기물은 현행법상 중·저준위폐기물로 분류된다. 경주에 있는 방폐장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제염과 절단 용융 등의 공정 처리를 거쳐 분리·해체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 원전 내 콘크리트 구조물을 건설해놓고 이 건물 내에 대형폐기물을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빛 원전 내 증기발생기 저장용 건물은 이미 완공된 상태다. 사업자인 한수원 혹은 지역원전본부가 해당 지자체에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광군청 관계자는 "지난 2006년께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건축을 허가했다"면서 "원전 내 폐증기발생기 보관용 건물 또한 행정시스템상 접수가 이뤄지면 군청에서 판단해 허가를 내주는 구조"라고 말했다.

원전에서 발생한 대형폐기물은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제3장에 따라 사업자인 한수원이 최종적으로 원자력환경공단으로 인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형폐기물을 처분용기에 담기 위한 일련의 처리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고리원전 1호기의 상업운전이 시작된 1978년 이후 현재까지 처분장으로 이송된 대형폐기물은 단 한 대도 없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 1호기 해체 포함해서 증기발생기, 원자로헤드 등 대형폐기물 해체 방법도 연구 중에 있다"면서 "해체 방법도 다양하기 때문에 관련 기술 개발이 완료되는 데로 경주 방폐장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대형폐기물도 가지고 와야 하는데 아직은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폐기물 크기 문제와 해체 등의 논의가 아직 없어서 공단에서 인도를 받을 수가 없어 외국처럼 각 발전소 내 보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증기발생기 등 대형 금속폐기물 자체처분 기술은 확보된 상태다. 국내 전문가들도 현재 사업자가 마음만 먹으면 대형폐기물의 해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 소장은 "대형폐기물 해체는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 외국에서 장비만 따로 구매한 후 관리·제염하는 방법 중 적합한 기술을 선택해 작업 절차대로만 진행하면 되는 문제"라면서 "사업자가 결정만 한다면 당장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구체적인 분석을 해놓고 고선량의 폐기물부터 경주 처분장에 보내야지 극저준위만 처분하게 되면 차후 원전 내 쌓여있는 중준위는 보관할 곳이 없게 될 수도 있다"면서 "국가적인 방폐물 관리계획의 부실로 방폐장을 다시 건설해야 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별법 적용을 받는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은 폐기물을 반입 시 드럼당 세금을 지자체에 따로 지불한다. 반면 동일한 중·저준위 폐기물이 저장되는 데도 불구하고 각 원전 내 대형폐기물 저장소는 이 같은 적용을 받지 못한다. 비슷한 선량의 폐기물을 보관됨에도 다른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주는 영구적, 원전 내 저장소는 임시라는 표면적인 차이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사회 한 관계자는 "사업자의 부지라는 이유만으로 폐증기발생기를 포함한 위험한 방폐물을 원전 내 계속 보관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사업자가 일정 수준의 지방세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박응섭 한빈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센터장은 "지역에서는 도대체 임시라는 개념이 언제까지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데 대형폐기물부터 가져가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일본 등 외국에는 핵연료세가 있는데 국내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경채 한빛원전범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사업자가 교체 계획은 세울 수 있지만 구조적 안전진단을 끝내고 주민들이 납득하는 시기로 정해 교체를 해야한다고 본다"면서 "폐증기발생기 경우 주민들의 불안감 가중 등의 이유로 영구 보관 가능성이 낮다는 생각은 들지만 만약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종권 2018-06-21 09:09:56
그런데 계속 원전을 짓겠다는 사람들은 제 정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