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빅3, 자살보험금 '백기'…"명분·실리 다 놓쳤다"
생보 빅3, 자살보험금 '백기'…"명분·실리 다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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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건물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신뢰·이미지에 타격"…감독당국 책임론 '부각'

[서울파이낸스 서지연기자]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과 관련 금융감독원에 끝까지 저항하던 생명보험사 빅3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교보생명에 이어 삼성생명도 이날 이사회에서 자살보험금을 추가지급 하기로 결의했으며, 한화생명도 오는 3일 이사회에서 전액지급을 검토할 예정이다.

생보 빅3가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사태는 일단락 될 전망이나 사전에 막을수도 있었던 사안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당국 책임론'도 부각되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에서 자살 관련 재해사망보험금 미지급액 전액(원금+이자)을 수익자에게 지급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지급규모는 총 3337건이며, 1740억원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및 신뢰 회복 차원에서 이같이 결의했으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지급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월에 밝힌 자살방지를 위한 기부금 해당액도 수익자에게 지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교보생명도 지난달 23일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날 자살보험금 전건 지급을 결정했다. 한화생명도 오는 3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안건을 올려 결정할 계획이다.

업계는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이 추가지급을 결정한 상황에서 한화생명이 홀로 버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전액지급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그간 자살보험금 미지급 입장을 고수하던 이들 생보사들이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금감원의 이례적인 중징계 결정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 3사에 재해사망 보장 상품에 대해 영업 일부 정지를 의결했다.

삼성생명은 영업정지 3개월, 한화생명은 2개월, 교보생명은 1개월의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다.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삼성과 한화생명은 문책 경고를, 교보생명은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은 대표이사는 연임은커녕 3년간 금융사 임원에 재취업이 불가능하고, 영업정지가 확정되면 설계사들의 영업활동에 상당히 큰 차질이 생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뒤늦게라도 전액 지급을 결정함에 따라 최종 제재 수위는 낮아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제재 최종 확정은 임원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장이 경감, 기관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업계는 삼성생명 김창수 사장의 징계 수위는 진 원장이 금감원장 권한으로 경감되고, 기관에 대한 중징계(일부 영업정지)는 금융위에서 낮춰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보다 먼저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보험사가 과징금 부과 처분만 받은 데 비해 시간을 끈 대형 3사의 영업 일부 정지는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3사 중 가장 먼저 지급 결정을 밝힌 교보생명도 영업 일부 정지 처분은 피하지 못했다.

이로써 삼성·교보·한화생명은 자사 CEO는 지켜냈지만 소비자들과의 신뢰는 지켜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보험사가 소규모 보험사보다는 안정적이고 내 보험금을 잘 챙겨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신뢰도 일정 부분 잃게 됐다.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금감원 책임론도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15년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 결과 자료는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하고 있다. 감사원은 "2007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 금감원이 나서 자살보험금 약관을 개정하고, 보험금 지급실태를 조사해 적정한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2007년 당시 자살보험금 사태를 전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2010년 4월 뒤늦게 자살을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해 그 기간 동안 불합리한 자살보험금 계약 102만여 건이 추가로 체결됐다"고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향후 불합리한 보험상품이 판매되지 않도록 보험상품 심사·검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해명했다. 자살보험금 사태 책임에서 금감원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사실상 자인한 셈이다.

자살보험금 약관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 이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고,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점에서 금감원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교보·한화생명은 막판 뒤집기로 자사 CEO는 지켜냈지만, 설계사들의 영업활동과 자사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며 "앞으로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힘을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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