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옵션쇼크' 배후…각종 說 난무
증시 `옵션쇼크' 배후…각종 說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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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매물.IB자기매매 가능성 등
당국 "배후 추정 시기상조"…신고의무 위반 논란도

국내 증시가 지난 11일 '옵션만기일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증시를 폭락시킨 배후를 놓고 각종 설(說)들이 난무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한국 도이치증권 창구로 대규모 매도주문이 나왔다는 것뿐이다.

헤지펀드가 대규모 매도를 주도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계 펀드의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투자은행이 여유자금을 직접 투자하는 자기매매(프랍트레이딩)였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도이치 런던법인도 거래주문을 낸 곳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도이치증권 창구로 대규모 매도주문을 낸 주체로는 헤지펀드, 투자은행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매물 폭탄'의 원인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실현하고자 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높은 가격에 분산해 매각하지 않고 일시에 매물을 던지는 방식이 활용됐는데 이는 헤지펀드나 은행계 프랍트레이딩 운용자들이 환차익을 노려 흔히 사용하는 기법이라는 것이다.

헤지펀드 설과 관련해서는 통상 도이치증권을 주요 매매창구로 이용하는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라는 미국계 펀드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펀드는 초정밀 금융공학적 기법을 쓰는 퀀트 헤지펀드로 짐 시몬스가 대표를 맡고 있다.

도이치증권이 유럽계인 만큼 유럽계 헤지펀드가 주인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대량 매도에 나선 실계좌주 중 유럽계 헤지펀드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투자은행 배후설에도 무게가 실린다.

지난 11일 매도주체는 런던에 소재한 지점에서 홍콩을 거쳐 주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는 홍콩에서 직접 주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도이치뱅크가 직접 도이치증권 창구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또 도이치증권 창구를 주로 이용하는 주요 고객인 JP모건 등 미국계 은행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도이치뱅크 런던법인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법인에서 나온 주문이 한국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체결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공동 조사하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가능성에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이렇다저렇다 추정들이 나올 수 있지만 어느 것 하나 공식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실제 자금흐름과 계좌 등을 확인하기지 전에는 언급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주체가 누구든 불법성 여부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후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누가 배후 세력이냐'가 아니라 '거래에 불공정 소지가 있었느냐'이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물과 선물을 의도적으로 연계해 차익을 본 게 아니라면 헤지펀드든 투자은행이든 문제가 안 된다"며 "누가 배후였느냐는 차후의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금융기관으로서는 자신의 창구를 이용한 고객을 특정해 말하는 거 자체가 금융실명제 위반"이라며 "시장에서 특정 헤지펀드 이름까지 거명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도이치증권의 대량 매도주문이 일부 신고 시각을 넘김에 따라 의도적으로 지연신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내놓고 있다.

사전신고 규정에 따라 지수선물이나 옵션 만기일에 프로그램매매 동시호가(오후 2시50분~ 3시)를 내려면 장 마감 15분전, 즉 오후 2시45분까지 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장 막판 갑작스러운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한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일부 주문이 1분 차이로 마감 시각을 넘겨 오후 2시46분께 보고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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