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애널리스트 '스토브리그'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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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협상 줄다리기…큰기대 어려울 듯
애널 수요 여전해 스카우트ㆍ수성 신경전

증권가가 '스토브리그' 시즌을 맞아 애널리스트들의 연봉 협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대부분 3월 결산법인인 증권사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까지 애널리스트의 지난해 실적에 대한 성과급을 결정하고, 내년 기본급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상당 부분 극복됐지만 올해도 투자전략과 기업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주머니 사정은 썩 만족스러운 수준까지는 못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애널리스트 수요는 여전하고, 연봉인상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애널리스트들을 총괄 관리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인력 수성(守城)을 위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실적회복 반영해야" vs. "위기 끝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감히 연봉인상 얘기를 꺼낼수도 없었다. 누가 봐도 회사의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돼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었다.

이에 비해 올해는 연봉인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장이 지난해 3월을 기점으로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면서 증권사들의 지난해 실적도 전년보다 상당 부분 회복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역시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증권사들의 주장이다.

실제 국내 증권사들의 2009 회계연도 1~3분기(4~12월) 누적 당기순익은 2조88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6% 증가했지만, 전분기 대비 기준으로는 2, 3분기 연속 악화됐다.

다음주 연봉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인 모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라며 "올해 애널리스트 연봉은 동결이나 소폭 상승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연봉협상에 이미 들어갔어야 하는데 아직 시작을 못했다"며 "타사의 동향을 좀 보고 있지만, 올해도 동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일부 스타급 애널리스트들은 만족할만한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선별적인 인상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모 증권사는 최고 경영자는 "인재를 유지,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준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며 리서치센터장에게 우수 애널리스트에 대해서는 적정한 수준의 보상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널리스트 수요는 여전…인력 수성 신경전
지난해 하반기 SK증권을 비롯해 중소형 증권사들이 리서치센터를 강화하면서 애널리스트 연쇄이동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올해는 인력 이동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상당수 증권사는 여전히 추가적인 인력 확보를 계획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철강, 은행 등 핵심업종 애널리스트를 채용하겠다는 계획이고, 우리투자증권도 현재 4명으로 돼 있는 스몰캡(중소형종목) 담당 애널리스트를 6명까지 늘릴 생각이다.

설립 당시 애널리스트 10명을 시작해 현재 25명까지 확보한 토러스투자증권도 앞으로 3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삼성증권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명의 애널리스트들을 내보냈다. 올해 역시 실적이 부진한 일부 인력을 내보내는 방식의 인력 변동을 배제할 수 없다.

증권가에서는 금융위기 충격을 다소 벗어난 국내 외국계 증권사들이 영업역을 강화하면서 특정 애널리스트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연봉협상에 대한 불만이 있거나,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증권사의 입질에 새둥지를 틀 애널리스트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 리서치센터장들은 신경이 곤두서 있다.

모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소속 애널리스트 2~3명에게 타사에서 영입제안이 들어왔지만 해당 애널리스트들이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고(告)하고 싶다"며 "자체적으로 인력을 키워야지 키워놓은 인력을 빼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는 국내외 영업 확대 등의 전략에 따라 애널리스트 인력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센터장으로서 인력 관리가 힘들어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기성 애널리스트가 아닌 산업 현장의 전문가들을 영입해 애널리스트로 키우는 증권사들도 늘고 있다.

증권사의 주요 고객인 펀드매니저들이 해당 업종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요구하는 데다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오를 대로 오른 기존 애널리스트에 비하면 비교적 몸값이 싸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은 기업분석팀 소속 애널리스트 22명 가운데 IT, 화학, 은행, 보험, 자동차 등 산업현장 출신 애널리스트가 9명이나 된다. 토러스투자증권도 현재 25명의 애널리스트 가운데 11명이 IT, 화학, 제약, 은행 등 해당 업종 경험이 있는 인사들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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