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시장, '치킨게임'으로 치닫나
퇴직연금시장, '치킨게임'으로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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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현대重·한전 등 유치경쟁 '치열'
"증권사, 7~8% 고금리로 역마진우려"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올해 말 30조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퇴직연금시장이 금융회사간 과열경쟁이 잇따르며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금융회사들이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7~8%의 고금리를 제시하는 등 퇴직연금 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임에 따라 단계별 감독방안을 마련하고, 현장 점검 및 검사 등을 강화키로 했다.

특히, 올 연말까지 기존 퇴직보험·신탁제도 종료로 기업들의 퇴직연금 도입이 의무화되면서, 현대차그룹·KT·현대중공업·한국은행·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포스코 등 굵직한 대기업들의 퇴직연금 유치를 놓고 금융회사 간 치열한 경쟁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25일 국내 53개 퇴직연금 사업자를 상대로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한 결과, 모두 10곳의 금융회사를 확정 발표했다. 신한ㆍ국민ㆍ우리 등 은행 3곳과 미래에셋ㆍ삼성ㆍ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3곳, 삼성ㆍ대한ㆍ교보·삼성화재 등 보험사 4곳이다.

이 중 증권사들은 특히 높은 금리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신한금융투자는 10곳 중 가장 높은 연 7.95%를 써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연 7.6%를 제시했다. 회사 직원들의 선호도 등 종합점수에서 밀려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진 못했으나 현대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연 8%가 넘는 이자율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일부 회사의 입찰 과정을 보면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운용수익이 연 4% 수준임에도 금리는 연 7~8%의 고금리 원금보장형 상품을 제시, 역마진 우려가 크다"며 "회사 건전성에 악영향을 주고 퇴직시장 전체가 레드오션으로 치닫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전체시장에서 고작 1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시장선점을 위해 어쩔수 없이 이같은 출혈경쟁에 참여하고 있어 역마진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퇴직연금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깎아주고, 7~8%의 고금리를 제시하는 데다 별도의 인력·설비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퇴직연금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자본과 엮여있지 않은 퇴직연금에 진출한 중소형증권사들은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반면, 든든한(?) 대기업을 모회사로 둔 HMC투자증권은 현대차계열사인 자동차 부품 전문 제조업체 신기인터모빌 및 카네스 등과 퇴직연금 계약을 성사시키며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가져가고 있다. 실제, 이 기업들은 모두 현대차 그룹의 계열사이다.

이로인해 퇴직연금시장에서 자리를 선점한 대형증권사나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증권사들은 자칫하면 퇴직연금시장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한 중소형증권사 퇴직연금 담당자는 "대기업들이 계열금융사들에게 적립금을 몰아주려고, 모든 협력업체들에게 공문을 보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쪽에서 대출을 무기로 중소기업체들을 장악하고 있는 마당에, '대어급'기업들을 계열금융사들이 독식해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앞으로 연금규모가 1조원을 훌쩍 상회하는 한국전력과 현대ㆍ기아차그룹, 현대중공업 등 대형 회사들도 퇴직연금 도입을 앞두고 있어, 금리경쟁은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출혈경쟁이 지속될 경우 금융사 재무구조 악화를 초래해 결국 고객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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