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 만능인가...신중론 고개
성과주의 만능인가...신중론 고개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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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화감-노하우 전수 기피-단기성과 치중등 부작용 만만찮아
업무가격 기준 모호...사기저하로 긍정적 효과 상쇄.


올해 은행권에 성과주의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외부 영입이 확대되면서 실적에 따라 연봉이 틀려지는 전문 계약직 인력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정규직 직원에 대해서도 맡고 있는 업무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직무가격제 도입이 추진되는 등 각행은 연공서열 위주의 조직체계가 개개인의 생산성 증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판단아래 적극적인 성과주의 도입을 추진중이다.

성과주의 확대는 보수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변화와 개혁에 둔감했던 은행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성과주의 확산으로 인해 발생할 직원간 위화감 조성, 팀워크 추락 등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업무 따라 급여도 천차만별

국민은행은 올해를 업무 중요도에 따라 급여수준을 차별화하는 직무가격제 도입 원년으로 삼는다는 다짐아래 상반기중 시행을 목표로 노조와 협상을 진행중이다.

더불어 하나은행 또한 서울은행과의 임금보수 통합작업을 직무제 체제로 가져간다는 방침이며 한미은행 또한 지난 3월 1일부터 기존 1,2급에만 적용하던 연봉제를 3급 지점장과 본부부서장에도 확대 적용키로 하는 등 시티 인수에 앞서 미국식 성과주의 문화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론스타에 매각된 외환은행 또한 ‘벌어온 만큼 주겠다’며 전 직원에 대한 성과급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다.

그러나 이처럼 성과급제가 정착 단계에 들어서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팀별 집단 성과급제에서 개인별 성과제로 확대 운영되면서 개별 부서내에서도 직원간 급여 편차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직원간 위화감 조성은 물론 이로 인한 업무 노하우에 대한 이전 기피 등 팀워크 추락과 과당경쟁에 따른 근무여건 악화, 단기 성과달성 치중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입행 동기간, 부서간 위화감 조성은 불가피 할 것”이라며 “개별 협상을 통해 책정된 연봉 공개를 금지한다고는 하지만 특히나 은행에서 보안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다 높은 급여를 받는 업무에 종사하기 위해 각종 연수와 자격증 취득에 시간을 할애하면서 동료의 업무부담을 가중시키고 공동의 노력으로 얻은 성과물을 개인 성과로 보고하는 등 조직 내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각행이 준비중인 직무급제가 대부분 일선 영업점 업무에 낮은 점수를 주고 있어 영업현장을 책임지는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한 영업력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맡고 있는 업무의 중요도와 생산성에 따라 급여 수준을 차등화한다고 하지만 업무가격을 책정기준이 명료하기가 어렵고, 이로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업무를 맡은 직원의 사기저하는 불보듯하다”고 우려했다.

▶부하에서 상사로…상대적 박탈감 심각

이처럼 실적에 따라 보수 수준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30대 임원이 등장하는 등 해외매각과 외부 CEO 영입 영향으로 인사제도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발탁 인사가 성행하면서 30대 부장과 40대 차장이 업무를 협의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게 됐으며 행원, 대리시절 후배가 상사로 들어앉는 경우 또한 자주 접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조직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은행원들에게는 또 다른 ‘문화적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핵심인재를 내부적으로 선정해 관리하는 ‘핵심인력 양성제도’가 도입되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 발생을 우려하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핵심인력 양성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재육성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외부에 공개될 경우 주변의 질시와 견제를 견뎌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실적부진으로 업적평가에서 뒤쳐져 하위등급 평가를 받은 직원들의 정리도 또 다른 문제다.

이전만 해도 대기역 발령을 받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가 태반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소송까지 제기하며 ‘버티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인사부 관계자는 “명예퇴직을 권유해도 끝까지 버티는 사람들이 늘어나 골치”라며 “은행 출신이 사회에서 적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급여가 절반으로 삭감돼도 일반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버틸 수 있을때까지 버티겠다는 직원들이 상당수”라고 귀뜸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급격한 성과주의 문화 이식이 불러올 부작용을 감안, 장기적인 계획아래 기업문화와 산업특성에 맞춰 순차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성과주의 확산이 개개인의 극단적인 경쟁체제로 변질되면 단기적인 성과달성을 위해 위해서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모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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