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비상장사간 '혼란' 가중 우려
자동차·IT '수혜'...조선·건설업 '부담'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이 1여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상장사와 비상장사간 재무제표 비교가 어려워 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금융사 및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은 IFRS 도입이 의무화 되지만 비상장사들은 제도 도입이 선택에 맡겨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IFRS 도입기업들에게 영업이익의 유무 등 자율권이 높게 부여된 원칙 중심이 회계 처리가 가능해져, 상장기업과 비상장 기업간 서로 다른 재무재표로 인한 '비교 가능성 저하'라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K-IFRS가 도입되면 자동차·IT 업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지만, 조선·건설·손해보험업은 수익이 추후에 반영되는 업종 특성상 기존보다 부채비율 및 과세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1900社 IFRS 의무적용…"비상장社와 혼선 불가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내년부터 K-IFRS(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를 적용받는 기업은 상장 금융회사 63개사를 포함해 모두 1903개사(코스피시장 701개사·코스닥시장 1016개사·비상장 금융회사 186개사)로 확정됐다. 이미 지난해 10월말 KT&G, STX팬오션 등 13개 회사는 K-IFRS를 도입했고, 삼성전자·LG전자 등 27개사도 올해 조기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IFRS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공정가치 평가로 자산재평가 차익만큼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 및 연결제무제표 작성으로 인한 지분법손익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연결제무제표를 작성시 LG전자는 지난 2008년 기준 지분법손익이 5908억원에 달했고, 삼성전자, 한화 등도 각각 1조 7922억원, 1669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K-IFRS가 회계상의 큰 틀만 정하고 세부방식은 각 기업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재무제표 표시방법, 영업이익 표시 여부 등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사의 한 세무사는 "금감원이 비상장 일반기업을 위해 회계기준을 제정했고, 상장사들에게 질의 회신제도를 만드는 등 시장혼란을 막기위해 발빠르게 나서고 있지만, 당분간 기업간 혼선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K-IFRS 조기도입한 기업들도, 재무재표의 표시방법 등이 달라 기업간 비교가 어려웠었다"고 덧붙였다.
■ 자동차·IT '최대수혜'…조선·건설은 '잿빛'
전문가들은 K-IFRS 도입으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으로 자동차·IT 등을 꼽았다. 반면, 조선·건설·손해보험업은 수익이 추후에 반영되는 업종 특성상 기존보다 부채비율 및 과세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한슬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에 자회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SK C&C, 삼성전자, 삼성SDI, LG전자 등과 같은 기업들은 우량한 자회의 포함으로 재무제표에 긍정적 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조선업과 건설업의 경우 K-IFRS로 인해 수익인식 지연과 부채비율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설업의 경우 K-IFRS 적용시 분양공사는 건설계약이 아닌 일반재화의 판매로 판단해 부동산이 구매자에게 인도되는 시점에 수익을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즉, 현행 기업회계기준은 실적이 착공시부터 완공시까지 진행기준에 의해 연도별로 분할 인식했지만, 완공 이후 판매시점에 분양에 따른 손익이 일시에 반영됨으로써 손익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사업초기에는 발생하지 않다가 완공 이후, 분양시점에 손익이 일시에 반영돼 손익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