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명 개인정보 유출됐는데…옥션 "책임 없다?"
1천만명 개인정보 유출됐는데…옥션 "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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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항소 방침...법정 공방전 예고
"자진신고 문화 정착 계기" 긍정적 평가도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지난 2008년 인터넷 시장 옥션에서 발생한 1천만 명이 넘는 개인 정보 유출 사고의 사회적 충격은 엄청났다. 그런데,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이에, 법원 판결은 해킹 당시 만큼이나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해킹을 당한 기업이 자진신고하는 문화, 이른바 '커밍아웃'이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판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함께 들린다.

아울러, 옥션 측이 막대한 손해배상금 지급을 모면하는 동시에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피해자 측이 옥션이 해킹을 방치한 과실이 있다며 항소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이어서 지루한 법정공방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2월 인터넷 오픈마켓 옥션을 해커가 공격해 회원 1천 8십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대형 해킹사고가 발생했고, 이 중 14만 6천여 명의 피해자들가 옥션 측이 보안조치를 제대로 못해 피해를 봤다며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14일 옥션 측이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옥션 측이 해킹을 막기 위해 법에서 정한 조치를 다했다고 밝혔다. 또, 해커 공격에 대비해 방화벽을 설치하지 않았고, 개인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았다는 피해자들의 주장도 법에서 정한 의무는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 대해 피해자들은 예상 밖의 결과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함께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피해자 측은 옥션이 해킹을 방치한 과실이 있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송을 맡았던 변호인 측도 대다수 보안 전문가들의 의견이 명백한 과실이라며, 피해자들과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번 1심 재판 결과로만 보면 엄청난 규모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는데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점.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인터넷 업체의 해킹방지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법체계를 보완하고, 개인정보 수집 수준을 낮춰 유출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긍정적 관점의 시각과 해석도 있다.

해킹을 당한 기업이 자진신고하는 문화가 마련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 국내에서는 기업들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해킹당하더라도 집단소송을 우려해 숨겨온 게 관행이었다.

실제로, 옥션이 2008년 당시 해킹당한 사실을 공개하고, 각 개인에게 유출 확인 시스템을 제공한 것은 '자살행위'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기업 내부에서 로그 기록 삭제 등으로 해킹을 당한 흔적을 지워버리고 잡아뗀다면 외부에서 해킹 사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었기 때문.

이 같은 이유로 보안업계에서는 기업 내부자가 저지른 정보유출 사례를 제외하고, 상당수의 기업이 해킹을 당했더라도 감춰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보가 유출된 개인이 보이스피싱 등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데다, 아이디나 비밀번호 등을 변경할 경우 피해를 예방할 수 있어, 자진신고가 정보유출로 인한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인데도 실상은 그렇지 못했던 것.

때문에, 자진신고 문화가 정착돼야 개인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차제에 기업이 고객정보 침해사실을 고지하지 않으면 상당한 수준의 민사 책임을 지는 등 가중처벌을 받는 미국과 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계기가 돼야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에 옥션이 해킹을 당한 뒤 자진신고를 한 점도 감안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같은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아무튼, 이번 판결로 옥션은 한숨을 돌린 분위기.

법무법인 등의 주도로 14만5천여명이 소송에 참여해 1인당 5만원 이상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다면 옥션은 1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볼 수 있었지만, 이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배상액과 소송비를 고려할 때 소송에 참여하는 게 이롭다고 판단한 회원들이 무더기로 추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1천81만명의 정보가 유출된 만큼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음을 생각한다면 옥션으로선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이어질 법정 공방전에서도 일단 옥션 측이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1심 재판부의 판결이 2년여 동안의 면밀한 검토후에 내려진 것인데다, 원고 중 상당수가 소송에서 빠져나갈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옥션 측은 이날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앞으로 고객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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