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前 회장 갑작스런 '자식 자랑', 왜?
이건희 前 회장 갑작스런 '자식 자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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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행사장서 두 딸 손잡고 대동
독자경영, 분가(分家) 가능성 주목

[서울파이낸스 정일환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은 말을 아끼는 편이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큰 파장이 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의 말 한마디는 장고 끝에 나온 작심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가 평생 한 번도 한적 없던 자식 자랑을 했다. 그것도 자신의 생일을 맞아서다.

9일 이 전 회장은 부인 홍라희 여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 온 가족과 함께 CES 2010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 전 회장은 삼성전자 전시관으로 이동하면서 두 딸을 불렀다. 그리고 그들의 손을 잡은 뒤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CES를 둘러보는 내내 두 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왼손에는 이서현 전무의 손을, 오른손엔 이부진 전무의 손을 잡았다. 멀어진다 싶으면 불러서 찾기도 했다. 그리고 수시로 취재진의 관심을 이들에게 돌렸다. 반면, 장남인 이재용 부사장은 취재진들이 이 전 회장에게 몰리자 약간 거리를 두고 뒤에서 이 회장을 따랐다.

이 전 회장이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난 지 1년 9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인 것은 물론 본인의 경영복귀에 관해 포석을 깔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덧붙여 후계구도를 안정시키겠다는 복안도 묻어있다. 뜻밖인 것은 그 후계구도의 무게 중심이 두 딸이었다는 점이다.

이 전 회장은 ‘자식들이 일을 잘 배우고 있다고 보시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아직 배워야죠. 내가 손잡고 다녀야 할 만큼 아직 어린애”라고 했다. 뒤집어 해석하면 손을 잡지 않은 이재용 부사장은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는 뜻이 될 수 있다. 더불어 두 딸을 상대로 ‘아직’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장녀인 이부진 전무 역시 호텔신라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삼성 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을 겸하고 있다. 둘째 딸인 이서현 전무도 지난 연말 인사를 통해 제일모직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제일기획의 기획업무까지 겸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두 딸은 ‘아직’이다. 물론 전무에서 올라갈 직급은 더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 전 회장의 딸이다.

이 회장의 이번 '광고'는 이서현 전무가 최근 인사를 통해 제일모직 전무로 승진하고 제일기획 전무까지 겸임하면서 삼성가 3세의 급부상론이 재계에 확산되고 있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이들의 '독자경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1월9일이 생일인 이 전 회장은 이날 현지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조촐한 생일을 보냈다. 이날 전시장에는 두 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와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도 함께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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