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은행, 이젠 '펀드大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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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판매사, 펀드 이동제 준비 '분주'
"무리한 고객 유치 경쟁 자제해야"

[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펀드 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와 은행 간 경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선제 공격에 나선 것은 증권사다. 증권사들은 이번 펀드 이동제 시행을 계기로 펀드판매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은행권 역시 펀드 판매실적을 영업점 평가에 반영하는 것을 고려하는 등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여 급여계좌 유치경쟁에 이은 증권사·은행 간 경쟁이 또 다시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쟁이 과열될 경우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다음달 펀드 판매사 이동제 도입

다음달 펀드 판매사 이동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는 환매수수료, 판매수수료 등 비용 부담없이 펀드 판사를 바꿀수 있는 제도이다. 3개월 마다 판매사를 바꿀수 있으며 판매사 이동을 원하는 고객들은 판매사를 직접 방문해 바꾸면 된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는 우선 1단계로 일반 펀드에 대한 이동제도가 시행되고, 세제혜택 펀드 등 세제 관련 업무 추진경과를 고려해 2단계를 시행할 예정이다.

1단계에서는 공모펀드만을 대상으로 하며, 온라인 펀드 역시 원칙적으로 이동제가 적용된다. 단, 역외펀드, MMF, 엄브렐러펀드, 장마펀드 등은 이동대상에서 제외된다.

이같은 펀드 판매사 이동제 시행으로 펀드판매에 경쟁체제가 도입됨에 따라 판매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판매사들은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발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증권사들은 이번 펀드 이동제 시행을 계기로 펀드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펀드수수료 경쟁은 물론이고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를 통한 펀드 고객 모으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키움증권은 기존 0.3~1.0%의 판매수수료를 받던 49개 펀드에 대해 수수료를 없앴다. 교보증권도 34개 펀드에 대해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으며 우리투자증권(2개 펀드)과 푸르덴셜투자증권(1개 펀드) 등도 이에 동참했다.

IBK투자증권은 펀드가입 고객에게 주가 하락에 대비하기 위한 헤지 수단으로 ELW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펀드AS플랜(FAP)'을 출시했다.

펀드AS플랜은 고객이 국내 주식형 펀드를 100만원 이상 매수할 때마다 IBK투자증권이 3만원 내에서 연간 100만원 한도로 풋ELW를 매수해 고객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일부 증권사들은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에 CMA와 펀드를 연계한 금융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빌리브' 서비스를 통해 2000만원 이상 펀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펀드를 담보로 최대 6000만원까지 연 1~5%대로 빌려준다.

또한 대출을 받지 않는 고객의 경우 CMA 이자율을 최대 9%까지 제공한다.

우리투자증권도 월 30만원 이상 적립식 펀드에 1년 이상 자동 납부하는 고객들에게 연 4.5%의 우대 금리를 적용한다.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등도 펀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기본금리에  각각 최고 2.0% 포인트, 1.5%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주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번 판매 이동제 시행으로 펀드판매에 경쟁체제가 도입됨에 따라 판매사들의 영업형태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고객이탈을 막기 위한 판매사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쟁 과열시 '진흙탕 싸움' 변질 우려

은행권 역시 영업점 성과지표(KPI)에 펀드 관련 부분을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은행들의 펀드 판매 실적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은행들은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현재 적립식 펀드 판매잔액은 전달보다 5천505억원 줄어든 71조6천519억원을 기록했다. 적립식 펀드 판매잔액이 6개월 연속 감소하기는 2005년 3월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은행권과 증권, 보험, 자산운용 업계의 적립식 펀드 판매잔액 감소액 중 은행권의 감소액은 전체의 96%를 차지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펀드판매 이동제가 실시될 경우 은행의 펀드 판매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어 지난해 펀드 판매에 소극적이었던 은행들도 올해는 펀드 고객 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여진다.

우선 신한은행은 KPI 배점 방식을 변경했다. 올해는 펀드고객 수만으로 산정했지만 내년에는 납입기간 및 자동이체 여부 등을 추가,환산한 점수를 반영할 예정이다. 내년 펀드의 장기투자 및 적립식 위주 영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다.

펀드판매 부문을 KPI에서 아예 제외했던 농협 역시 올해에는 적립식펀드에 한해 일정 부분 평가항목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펀드부문을 별도의 항목으로 구분하지는 않았지만 국민은행은 비이자수익(펀드·방카슈랑스·신탁·외환 등)에 포함하고 하나은행도 총수신(예금·적금·펀드 등)의 하나로 반영할 예정이다. 

이처럼 펀드 판매사 이동제 시행에 따른 판매사들의 치열한경쟁이 예고됨에 따라 판매사간 과당경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은행·증권사간 급여계좌 유치 경쟁이 올해에는 펀드계좌 유치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
특히, 은행·증권사가 기존 고객들을 가지고 경쟁하게 될 경우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증권사에서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가격 파괴에 따른 수수료 경쟁과 과도한 이벤트성 행사 등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단, 은행권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강화된 투자자 보호 조치로 인해 펀드 가입 절차가 엄격해진데 따른 것이다.

또한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한 직원 퇴출과 금융사에 대한 제재 강화를 담은 '삼진아웃제' 시행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 한 관계자는 "펀드 판매의 배점을 크게 늘리는 등 무리한 고객 모으기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사후관리에 적극 나서는 등 고객 중심의 펀드 영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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