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 羅 회장, 불명예 퇴진 '岐路'
신한지주 羅 회장, 불명예 퇴진 '岐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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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라응찬 커넥션 '수면위로'
조흥銀·LG카드 인수 로비 의혹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신한금융그룹의 정신적 지주이자 금융계의 산 증인인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고졸 출신의 은행권 최장수 CEO'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지닌 명망가가 임기 1년여를 앞두고 불명예 퇴진의 기로에 섰다.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전방위적 정치권 로비에 라 회장이 연관된 것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라응찬 회장의 20년 '투명 경영'이 의심을 받고 있는 것. 설령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판명나더라도 이번 사건은 금융CEO로서의 라 회장의 생명력에 미칠 심각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의 계좌에 라 회장으로부터 입금된 50억원 규모의 뭉칫돈을 확인하고 계좌추적에 나섰다.

박 회장은 과거 노무현 정권의 막후실세로 거론돼 온 인물인 만큼 라 회장으로부터 나온 50억원이 청탁을 목적의 로비성 자금인지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라 회장으로부터 받은 50억원의 자금에 대해 경남 김해의 가야컨트리클럽 지분의 매입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수사결과 이 자금은 해당 용도로 쓰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신한지주 측은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로비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다만 라 회장으로부터 나온 50억원의 자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문제는 라 회장이 50억원을 건낸 시기가 LG카드 인수시기과 교묘히 맞물린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 국내 주요 은행들은 LG카드 인수를 둘러싸고 치열한 인수합병(M&A) 경쟁을 벌였다.

통상적으로 M&A 과정은 비밀유지 협정에 따라 외부로 공개되지 않지만, 당시 신한지주는 하나금융지주보다 주당 70원 가량 높은 가격으로 LG카드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LG카드는 신한 외에도 국민·우리·하나금융지주 등에게도 놓칠 수 없는 관심 매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한지주로서는 자본잠식을 최소화 하면서 수십원에 불과한 입찰 가격차로 인수전에 승리한 셈이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출범 30년도 채 안된 금융사가 100년 역사의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잇달아 인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덕분에 라응찬 회장은 20년 금융 CEO로서 '절대적 리더십' 혹은 '황제 경영'의 상징적 인물로 묘사돼 왔다.

특히 신한지주는 지난 1982년 재일교포의 뭉칫돈으로 세워진 미천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라 회장 역시 고졸 출신으로 경쟁 금융회사 CEO들과 비교해 정관계 인맥이 취약하다는 혹평 속에서도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끌어 왔다.

올초 신한지주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에 이휴원 전 부행장을 선임한 것도 이번 정부와의 연결고리를 염두해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지주를 제외한 4대 금융지주사 회장들 모두 이명박 정부와 밀접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번 박연차 사건은 이명박 정부가 과거 정부의 과오를 들쳐내는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신한지주로 불똥이 튄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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