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억대연봉, 문제는 '상향평준화'
은행 억대연봉, 문제는 '상향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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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임금체계·강성노조 원인
전문계약직 제도 활용도 '미미'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 은행들이 또다시 고액연봉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문제의 진원지는 은행권의 획일적인 연봉체계에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의 지난해말 기준 1인당 평균 인건비는 825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억대 연봉자는 임직원 4명중 1명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사실 은행 임원급들의 1억원대 연봉은 여타 제조업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으로 보기 힘들다"며 "올초 임원들의 연봉반납으로 부행장 연봉과 팀장 연봉이 1억원대 초반대로 비슷해 졌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들이 금융위기의 진앙지로 인식되면서 연봉 문제가 또다시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고 있지만 문제의 발단은 비효율적인 연봉체계에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업무 달성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성과급 제도만 하더라도 대다수 은행들이 조직별 성과급제를 활용하고 있다. 조직별 성과급제는 부서간 결속력을 강화시켜주는 이점이 있는 반면 일부 직원들의 '무임승차'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성과급 체계는 노사간 협의사항이기 때문에 제도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금융노조는 개인별 성과급제가 직원들간 위화감만 조성할 수 있다며 도입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연차에 따라 임금이 자동 인상되는 호봉제로 운영되고 있는데다 성과급 역시 조직별로 일괄지급하다 보니 직원들의 연봉이 상향 평준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 금융회사들은 매년 성과에 따라 연봉을 재조정하는 '영구계약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구계약직 제도는 업무에 대한 영속성은 보장하되 업무 성과에 따라 연봉을 신축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다. 업무 성과가 기대에 못미칠 경우 연봉이 절반 수준으로 깎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내 은행들은 호봉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계약직'이라는 직군을 별도로 두고 일반 정규직과 차별화된 연봉과 개인별 성과급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활용도는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전문계약직을 두고 있는 외환은행의 경우 전문계약직 비율은 전체 인원의 2.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타 은행들의 전문계약직 인원은 전체의 1%에도 채 못미친다.

이들 전문계약직은 리서치·파생·외환·투자금융 등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로 1~2년 단위로 은행과 재계약을 맺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고용불안으로 전문계약직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라며 "은행들로서도 비용 부담이 큰 전문계약직보다는 정규직 채용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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