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썬에 '손 내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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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부진한 썬에 65억 달러 제시…가격이 관건
한계 봉착한 유닉스 서버 개발비용 절감이 목적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IBM이 또 다시 M&A란 카드를 빼들었다. 이번 상대는 서버업체인 썬이다. 최근 외신들은 IBM이 썬 인수를 위해 65억 달러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IBM이 썬을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인수가격 높아질 듯
이번 인수설에 대해 양사는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결국 IBM이 제시한 가격이 성사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IBM이 썬에 제시한 가격은 65억달러. 썬이 최근 실적부진과 시장점유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썬은 2009 회계년도 2분기에 2억 9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매출 규모는 32억2000만 달러로 11% 하락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유닉스서버 기준, 2003년 27%에서 2008년 9%로 급락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IT업체의 인수가격과 비교해 볼 때, 사실상 헐값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2년간 IT업체의 주요 M&A를 살펴보면, 오라클은 BEA와 하이페리온을 각각 85억 달러와 33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SAP는 비즈니스 오브젝트를 68억 달러, IBM은 코그노스를 5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들 피인수 업체는 모두 SW(소프트웨어)제품만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HW(하드웨어)업체 간의 M&A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욱 커진다. 지난 2002년 당시 서버 2위 업체였던 HP는 3위 업체인 컴팩을 인수하는데 189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현재 IBM이 서버업계 1위이고 썬이 4위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65억 달러가 썬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더욱이 썬은 서버‧스토리지 등의 HW를 비롯, IT서비스, SW 등 다양한 제품을 보유 중이다.

이 때문에 IBM과 썬이 본격적인 M&A 협상에 들어갈시, 인수가격이 다소 올라갈 공산이 커 보인다. IBM의 작년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이 127억 달러에 달하는 것도 이 같은 예상에 무게를 실어준다. 일례로, 작년 1월 오라클은 BEA를 인수하면서 최종 가격을 초기 가격에 비해 14% 높여준 바 있다.

■유닉스 서버, 향후 10년을 내다본 결정
IBM의 이번 M&A 시도는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IBM은 진출 시장에서 한계에 봉착할 때마다 대형 M&A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방법을 즐겨 썼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KRG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추진된 418건의 IT업계 M&A 거래 건수 중, IBM은 66건을 기록, 씨스코(79건), 마이크로소프트(78건)에 이어 3번째를 기록했다.

특히 진출시장에서 1위를 달릴 경우, 3, 4위 업체를 인수해 2위와의 격차를 늘리는 전략을 자주 구사해왔다. 작년 전세계 서버시장에서 IBM은 169억 88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 시장점유율 31.9%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HP(29.5%), 델(11.6%), 썬(10.1%)이 이었다. IBM이 썬을 인수하게 된다면, 42%의 점유율로 2위인 HP를 10%p 이상 앞서게 된다.

썬과의 합병은 서버와 스토리지 등의 HW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통합작업도 수월할 전망이다. 더욱이 IBM은 서버업계 1위라는 시장 경제적인 우위를 가진 상황이다.

하지만 서버업계에서는 IBM의 속내가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유닉스 서버의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라는 것.

서버업계 관계자는 “유닉스 서버는 업그레이드에 수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하지만 썬의 솔라리스 OS를 IBM 서버에 탑재할 경우,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썬은 후지쯔와 서버 CPU를 공동 개발할 정도로 HW의 기술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며 “IBM이 CPU보다는 유닉스 서버의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썬을 인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BM의 경우 유닉스 서버의 CPU를 자체개발하는데 수억 달러를 쏟아 붇고 있다. HP처럼 인텔에 위탁개발을 하던지 썬과 후지쯔처럼 공동개발을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썬 인수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썬의 SW를 통해 HW 개발 비용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썬이 솔라리스뿐만 아니라 자바를 오픈소스로 전환하는 등 이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썬은 최근 오픈소스 DB 업체인 마이SQL도 인수한 바 있다. 향후 SW산업의 트랜드가 오픈소스로 가닥이 잡혀가면서 IBM 역시 이 분야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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