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어느 땐데”…현대車 파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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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쟁의결의안 통과...시기·여론 등 부담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결국 파업을 결의했다. 올해도 과연 현대차의 '파업 신화'(?)는 이어질까?

 

노조는 19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발생 결의안'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회사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합의한 2009년 1월중 전주공장 주간2교대 시범시행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 지난해 말부터 주간2교대를 놓고 노사가 협상을 벌여왔지만 이렇다할 접점을 찾지 못한 것. 노조는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회사가 주간2교대 노사합의를 지키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고 이는 노사신뢰를 깨는 행위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사측은 경제위기와 소비부진에 따른 일거리 부족으로 주간2교대제 시행에 난색을 표명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노조가 결국 회사를 강도높게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파업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간판기업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올해도 파업이 이뤄지면 1987년 노조 설립이래 1995년 한 해를 제외하고 21년간 진기록에 가까운 '연속 파업'을 하게 된다. 파업때마다 적게는 수천억 많게는 수조원의 생산차질을 반복하면서. 그래서, 국내 간판기업 현대차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각은 항상 싸늘했다. 심지어 '저렇게 하고도 살아남는게 신통하다'는 식의 비아냥을 듣기도 일쑤였다. 일각에서는 현대차 파업의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지기도 했다. 

'신화'에 가까운 현대차 파업. 그렇지만, 이번 파업 결의에 대한 여론은 과거 그 어느 때와 견줄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다. 글로벌 경제상황때문이다.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이 대규모 감산에 이어 인원 감축 등을 통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현대차 노조가 노사 현안이 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곧바로 파업카드를 빼든 것은 성급하고 무리한 결정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더구나, 금융위기의 진원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빈사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파업까지는 앞으로 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10일간의 조정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현대차는 전주공장의 물량 감소로 1년치 이상의 재고가 쌓이는 등 자동차 업계의 불황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는 작년말부터 대규모 감산에 돌입하는 등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10년만에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았는데 이날 노조의 파업 결의는 설상가상. 하지만, 노조 내부에서조차 간부와 일반 조합원까지 나서 현재의 경제 위기속에서 '파업은 무리'라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향후 실제 파업까지 가는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여기에, 노조간부에 해당하는 공장별 노조대표인 각 사업부 위원장도 확대운영위원회에 이어 19일 울산공장 9개 사업부 위원장 명의의 대자보를 통해 '지금은 파업할 때가 아니다'며 이례적으로 집행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파업이냐"는 비난여론이 지배적이다. 객관적 상황은 분명 '파업강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과거에도 이같은 '상황논리'가 깨진 적이 적지 않아 이번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갈등의 시작은 41년 만에 근무형태를 바꾸는 문제. 올해도 현대차 노사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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