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유닉스로', HP 'x86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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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x86 시장 철수설 ‘솔솔’…“근거없는 얘기 아니다”
HP, 유닉스 우위 기반 x86에 ‘올인’…내년초 G6 발표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국내 서버 시장이 한국IBM, 한국HP, 한국썬을 중심으로 미세한 판도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저마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본 틀 아래 공략 대상에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요 전장은 x86 서버 시장이다. x86 서버는 최근 기술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유닉스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과거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의 다운사이징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유닉스에서 x86으로의 다운사이징 사례도 종종 발견될 정도다.
 
실제로 x86에 탑재되는 인텔 제온 CPU는 다른 CPU에 비해서도 신제품 출시 속도가 빠른 편이다. 멀티 코어를 갖췄음에도 유닉스에 비해 훨씬 싸다는 것도 강점이다.
 
시장 재편의 불길을 당긴 것은 한국IBM이다. IBM이 레노버와 1~2소켓 등 볼륨소켓 제품의 특허 사용 라이센스 계약을 맺으면서 x86 서버 시장 철수설이 나돈 것이다. 한국레노버는 이미 지난 9월 x86서버 ‘씽크서버’를 출시하고 SMB(중견·중소기업) 시장의 공략을 선언했다.
 
이에 IBM 측은 “x86 브랜드가 IBM 전체적으로도 하드웨어 제품군 중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매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관련 시장에서는 IBM의 x86 서버 시장 철수설이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가 아니라며 입을 모은다. 서버업계 영업담당자는 “IBM처럼 직원 연봉 수준이 높은 회사가 값싼 x86 서버를 팔수록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PC사업을 매각한 것처럼 x86 시장에서도 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x86 시장은 업체간 출혈경쟁으로 인한 후유증이 표면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서버사업 철수설이 나돌고 있으며, 총판업체 제품 밀어 넣기로 인한 불협화음도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IBM의 시장점유율도 1위인 한국HP와는 상당한 격차를 지닌 채, 2위 자리를 놓고 델코리아와 싸우고 있다. 급성장을 거듭하던 x86 시장의 기세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2분기 x86 서버 시장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4%, 전분기대비 11% 감소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국IBM이 x86보다는 유닉스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한다. HP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x86 시장에서 소모전을 하는 것보다는 규모가 더 큰 유닉스 시장에 올인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IDC 서버담당 김용현 연구원은 “국내 서버 시장에서 x86 시장과 non x86 시장의 비율은 4:6가량”며 “특히 유닉스가 non x86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닉스에 대한 선호도가 유달리 높은 곳으로 꼽힌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 1분기 국내 유닉스 서버시장에서 HP에 19%p나 뒤졌던 한국IBM은 2분기에는 24%p 차이로 역전하는 대반전을 이뤄냈다.
 
한국HP는 정반대다. 2분기 국내 x86시장에서도 30%의 점유율로 2위인 IBM(18%)을 멀찌감치 따돌렸던 한국HP는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2분기 유닉스 시장을 IBM에 내줬지만 이제껏 연말 기준으로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태도다. 오히려 기존 유닉스 시장은 지키면서 경쟁업체의 철수설이 나도는 x86 시장을 더 압박할 태세다.
 
한국HP ISS사업부 김영채 차장은 “최근 한국HP 내에서도 관련 투자가 크게 늘면서 x86 신제품 출시가 집중되고 있다”며 “내년 초에는 기능이 한층 강화된 x86 서버 기술인 G(제너레이션)6가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썬은 유닉스서버 시장, 그중에서도 특히 하이엔드급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04년만 해도 이 시장에서 17%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한국썬은 후지쯔와의 공동개발 이후 급전직하, 작년에 점유율 0%를 기록했다. 사실상 유닉스 하이엔드 시장을 잃은 셈이다. 하지만 한국썬은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않은 채 관련 제품을 출시하며, 금융과 공공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서버업계 관계자는 “IBM과 HP가 각각 유닉스와 x86 시장에 올인할 태세를 갖추면서, 썬의 입지가 도리어 약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특히 진입 장벽이 높은 하이엔드급 유닉스 시장의 공략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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