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지난달 요구불예금 잔액 648조···전월比 5.5%↑
[서울파이낸스 정지수 기자] 예·적금 상품의 금리 하락과 함께 주식,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수시입출금식통장(파킹통장)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연말 시중은행도 5%대 수신금리 상품을 내놓았던 상황과 달리, 시장금리 인하 등으로 4%대 수신금리 상품이 자취를 감추면서 수시입출금이 가능해 '투자 대기처'로 불리는 요구불예금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47조8882억원으로 전월(614조2656억원) 대비 5.47% 늘었다. 앞서 지난 2월에도 요구불예금은 전달(590억7120억원)과 견줘 4% 증가하면서 두 달 새 57조원 넘게 불어난 셈이다.
이처럼 요구불예금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를 사실상 예고하면서, 수신금리가 크게 올라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 가상자산 등에 대한 투자 기대감은 커지면서 파킹통장이 투자 대기성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처음 도래한 것도 요구불예금이 증가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금리 경쟁력을 잃은 예·적금 잔액은 크게 쪼그라들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적금잔액은 31조3727억원으로 전월(33조2204억원) 보다 5.6% 줄었다. 정기예금도 2월 말(886조2501억원)보다 1.5% 감소한 873조3761억원을 기록했다. 지날달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에서만 14조7218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들 역시 앞다투어 높은 금리의 파킹통장 상품을 내놓는 등 수신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파킹통장은 잠시 주차하듯이 짧은 기간 돈을 맡겨도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자유 입출금식 예금을 일컫는다. 보통 사용하는 수시 입·출금 통장은 이자가 거의 없는 반면, 최근 등장한 파킹통장은 일 단위로 이자가 지급돼 단기 자금을 예치할 수 있는 선택지로 꼽힌다.
SC제일은행은 이달 말까지 영업점에서 일복리저축예금(MMDA)에 가입하는 첫 거래 고객(3000만원 이상, 20억원 이내)에게 최장 60일간 매일 잔액에 대해 최고 연 3.50%의 특별금리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매일 잔액에 따라 금리를 복리로 차등 지급해, 예금액이 많을수록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전북은행도 파킹통장 상품으로 나섰다. '씨드모아 통장'은 기본금리 연 2.80%에 3개월간 우대금리로 연 0.60%p를 추가 제공한다.
광주은행 역시 매주 토요일에 이자를 주는 '365파킹통장'을 통해 최고 연 3.5%의 금리를 제공한다. 기본금리는 예금액 별로 1000만원까지는 3%, 1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 2%, 1억원 초과 0.01%이다.
저축은행도 잇달아 파킹통장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OK저축은행의 'OK짠테크통장'은 최대 50만원까지 7% 금리를 제공한다. 50만원 초과부터 1억원까지는 연 3.3%, 1억원을 초과하면 연 1.0%로 금리가 낮아진다.
애큐온저축은행의 '머니모으기' 통장도 입출금이 자유로운 파킹통장 상품이다. 최고금리는 5%로, 200만원까지 만원 단위로 저금할 도전금액을 자유롭게 설정한 뒤 설정금액을 다 모은 날에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한 은행업권 관계자는 "올해 1분기부터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파킹통장 수요가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며 "엄청나게 높은 금리는 아니지만 매주, 매월 이자가 쌓이는 걸 확인할 수 있고 수시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