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나빠지는데"···채권 발행 늘리는 LH·HUG, 왜?
"재무구조 나빠지는데"···채권 발행 늘리는 LH·HUG,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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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조 발행한 LH···올해는 더 큰 규모 발행 불가피
HUG, 기존 전세보증 대위변제 외 정비 사업 보증 역할까지
수익 여건 좋지 않은 공기업 특성상 지원 자금 회수 어려워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 CI.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 CI.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재무건정성 악화에도 부동산 공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를 보완할 구원투수로 투입되면서 기존의 사업 외 역할이 생겼기 때문에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공기업의 특성상 지원한 자금을 회수해 재무를 개선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약 8298억원, 서울주택도시공사(SH)·인천주택도시공사(IH) 등 각 지역의 도시개발 공사 등이 1조8225억원 넘는 규모 공사채 발행에 나섰다. 아직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구체적인 공사채 발행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달 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채권 발행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한 점을 미뤄 봤을 때 시장은 HUG도 조만간 공사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공기업 중 공사채가 가장 많은 곳은 LH로 약 40조원 규모다. LH는 지난해에만 11조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하며 잔액이 급격하게 늘었다. 이는 대부분 지난해 3기 신도시 보상 등을 위해 발행한 것이었다. 그러나 토지 보상 규모만 10조원으로 예상되는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보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채권 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LH는 먼저 민간부문 주택 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부문 공급을 확대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인수 역할도 추가로 맡게 됐다. 아울러 지난달 국토부는 철도 지하화 총 사업비 50조원을 모두 공공기관 채권을 통해 조달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와 관련 채권 발행은 대부분 LH가 부담하기로 했다. 현재 국유재산인 철도 부지를 LH 등에 현물출자한 후 개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이한준 사장은 지난 20일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LH 재무구조가 나빠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회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부채비율에 문제가 있더라도 공기업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라고 추가 공사채 발행 의사를 밝혔다. 현재 LH의 부채비율은 현재 219.8%로, 정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된 상태다.

HUG 역시 올해 3조원대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힌 가운데, 최근 직접 채권 발행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에는 직접 채권 발행이 안됐고, 주식 전환이 가능한 전환사채나 주식 인수 권리가 부여된 신주인수권부 사채 발행만 가능했었다. 이번 정관 변경으로 사채 발행액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4배까지 가능해졌으며, 지난해 상반기 기준 HUG의 자본금+적립금 합계가 약 5조4000억원인 점으로 계산했을 때, 최대 21조원 규모의 채권 발행이 가능해졌다.

HUG의 공사채 발행은 부동산 PF 리스크 연착륙을 위한 구조조정 본격화 과정에서 보증 여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PF 부실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HUG를 중심으로 한 각종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고금리로 PF 대출을 받은 사업장이 저금리 대출로 대환 할 수 있도록 HUG PF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고, 정비사업 보증이 발급된 사업장의 경우 HUG에서 자금인출을 신속 승인토록 했다. 이 외에도 HUG는 기존에 해오던 전세보증보험에 대한 사고 대위변제도 유지한다.

문제는 공기업이 이처럼 손실을 메우기 위해 계속 채권을 발행하지만, 새로운 수익 활로 마련이 어려운 공기업의 특성상 지원한 자금을 회수해 수익을 개선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LH 등은 통상 택지 매각과 주택 분양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LH가 공급하는 지방 택지는 건설사가 이미 매입한 택지까지 반납할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LH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주거용 공공택지 분양 대금 연체 규모만 1조5190억원에 달한다. 1년 전인 2022년말 7492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신규 택지 판매도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LH가 분양한 공동주택 63필지 중 13개 필지는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이미 매각한 택지 4곳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토지를 반납하기도 했다.

HUG 역시 지난해 임대인 대신 세입자에게 내어준 대위변제 금액이 총 3조5540억원에 이르고, 환수하지 못한 채권잔액도 4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에 비해 채권 회수율은 △2020년 50% △2021년 42% △2022년 24% △2023년 7월 15%로 지속 떨어지고 있다. 또 PF 부실 사업장이 늘어나면 HUG의 정비 보증 역할에도 부담이 가중된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사채 발행은 도시개발공사, 주택금융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부동산 관련 공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이) 공사채를 발행하면 단기간 내 대규모 발행이 아닐 시 소화 가능하겠지만, 공기업 우량 공사채 발행은 연내 채권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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