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증시에 '藥아닌 毒'?
공기업 민영화, 증시에 '藥아닌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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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발표 후 우리금융 주가 6.76%↓
은행株에 오히려 악재 될 가능성 커

[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sunhyun@seoulfn.com>정부의 공기업 민영화가 증시 침체로 인해 상당한 수준의 손실을 떠안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 침체로 매각대상 기업의 주가가 전년 대비 40% 가까이 급락했지만 공적자금 회수를 감안하면 매각 기일을 늦출 수도 없어 ‘헐값매각’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 물론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민영화 후 주가 부양을 기대했던 기대감 또한 희석되고 있다. 한꺼번에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의 유동성에 차질을 빚게 돼 오히려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매각 지연 가능성 대두
정부는 14개 구조조정 기업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매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관계자들은 증시상황에 따라 지연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증시침체로 인해 매각대상 기업의 평가액이 40% 가까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예금보험공사와 산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금융·대우조선해양 등 8개 기업의 주식평가액은 지난해 말 23조494억원에서 12일 현재, 18조5510억원으로 19.5%나 줄어들었다. 규모가 가장 큰 우리금융지주는 예보가 갖고 있는 지분 73.0%에 대한 평가액이 지난해 말 11조866억원에서 12일 현재 9조4104억원으로 1조6762억원(15.11%) 감소했다.
 
또, 산업은행이 올해 안으로 매각할 것을 계획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올 초부터 12일 현재까지 25.1%나 뒤로 밀려 정부 지분 평가액이 3조7260억원으로 1조2484억원이나 줄어들었다. 대우증권·현대건설·하이닉스·대우인터내셔널 등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정부는 증시흐름을 살펴보면서 매각시기를 조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시장에서는 공적자금 회수를 감안하면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도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증시 전문가는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추진에 대한 기타 조율로 6개월 동안 상황을 미루는 동안 주가는 바닥을 찍었다"라며 "주가가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태에서 매각을 진행하는 것도 걱정이지만 매각 일자를 맞추기 위해 물량을 한꺼번에 출회해 시장의 부담을 얹을 수도 있다는 게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감이 시장에 전달되면서 주가흐름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우리금융은 민영화가 발표된 11일 반짝 오름세를 보이다가 13일 현재 1만5150원으로 추락, 6.76%의 내림세를 보였다. 하이닉스(-1.26%)·현대건설(-0.20%) 등도 하락했다.

■민영화 후 주가부양 '안갯속'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가장 큰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은행주다. 최근과 같은 증시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감안할 때, 정부의 의도대로 소수지분을 올해(우리금융)와 내년(기업은행)에 걸쳐 매각할 경우 은행주 수급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주가수준에서 우리금융과 기업은행의 정부지분을 50%까지 낮출 경우 시장에서는 각각 3조4000억원, 1조3000억원의 자금을 소화해야 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나 기업은행을 인수하려는 잠재적인 인수후보인 금융지주회사로서도 지분율을 50% 수준으로 낮출 경우 중간지주회사 설립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매각의 실효성을 떨어져 향후 은행주 주가에는 오히려 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매년 2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회사를 굳이 민영화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 주가부양보다는 유력인수 기업인 맥쿼리금융그룹에게만 이익이 돌아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증시 전문가는 "해외 공항의 경우도 민영화 후 오히려 서비스질이 떨어져 주가가 낮아진 선례가 있다"라며 "정부는 이제라도 국내 주식시장의 흐름을 감안하면서 매각 대상 기업이나 매각 절차 등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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