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정보유출도 전략인 미국
[홍승희 칼럼] 정보유출도 전략인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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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각기 다른 정보유출이 문제가 됐다. 그 한곳에서는 자국의 국익을 위해 동맹국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으려 한 흔적이 보인 반면 또 다른 곳에서는 국내 정치적 물타기가 비극적 사건을 낳는 형태로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비밀문서 유출로 한국의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제공됐다는 정보가 외신 뉴스를 통해 알려지며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한국의 입지를 좁혔다. 반면 한국에서는 정부가 공개적으로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다른 정치·사회 문제들을 덮으려다 범죄가 확인되지도 않은 유명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기생충'이라는 영화 한편만으로도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배우 이선균씨는 구체적 혐의사실이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단지 유흥업소 여성의 자백만으로 수사기관이 이미 마약사범으로 답을 내놓고 그 답에 맞추기 위한 사회적 압박을 가해 더 큰 비극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그간 수사기관에서는 투약 사실을 확인하겠다며 여러 차례에 걸쳐 각종 검사를 실시했지만 번번이 음성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불러낼 때마다 그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고 소환되는 이씨를 포토라인에 세움으로써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이미 수사기관이 사실상의 사회적 살인을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수사기관의 이런 행태는 최소한의 인권존중도 무시된 것이지만 특히 명예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피의자의 정신적 피폐화를 초래해 설사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만든다. 평범한 시민들이 피의자로 몰려도 수사기관의 방식이 크게 달라졌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이씨가 유명인이기에 이슈를 키우기 위해 더 의도적으로 소환정보를 유출하며 심리적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까지 한국에서 일어난 정보유출은 산업스파이에 의한 기업정보 혹은 기술정보 유출 아니면 국내 정치적 이슈를 희석시키기 위한 물타기용인 경우만 드러났을 뿐 국제사회를 향해 국익을 도모하기 위한 사례는 아직 없었다. 정보유출이 실수로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명백한 고의적 유출이다.

그런데 미국은 역사적으로 봐도 국제정치에 있어서 정보의 활용방법 중 하나로 정보유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심을 종종 받는다. 그간 미국이 쳐놓은 울타리를 넘으려는 국가에서 행한 미국의 치부조차 기밀정보 유출이라는 형태로 슬그머니 언론에 흘려 해당국가의 지도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특히 중남미 국가들 중에 이런 미국의 작업에 당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

근래 한국의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지원됐다는 정보도 그런 미국의 전략적 유출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한국정부도 무슨 자랑처럼 떠벌리는 상황이기도 했고 한국의 포탄이 우회지원됐다는 사실은 국제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알려진 사실이기는 하지만 이게 공식적 기밀문서 유출로 알려짐으로써 확인사살을 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를 낳는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안보 이슈와 관련해서는 어차피 미국과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고 그 사실은 대립구도가 세워진 현재의 상대진영에서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이전 정부까지는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며 어떻게든 한국의 경제영토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고 또 그걸 상대진영에서도 알면서 눈 감는 사항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은 안보를 구실로 경제부문에까지 장벽을 높이며 국제사회에 그 벽 안에 머무르라고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 다만 그 어느 나라도 이런 관계를 잠정적인 것으로 간주해 미국의 요구에 일시적으로 부응할지라도 상대진영 국과들과의 관계를 영구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조치를 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 정부 들어 한국은 상대진영 국가들과의 관계를 극단적으로 훼절하려는 듯한 발언들을 절제하지 못하며 스스로 국가 미래의 가능성을 죽여가고 있다. 그런 한국 정부를 향해 미국은 이번 기밀정보 유출을 통해 더욱 더 꼼짝 못하고 미국의 울타리 안에 갇히기를 강요한 셈이다.

동반자의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고 부하가 되겠다는 나라를 향해 그냥 노예를 만들어버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횡포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그런 미국의 비대칭적 관심을 애정으로 착각하는 일종의 스톡홀름 신드롬을 보이고 있어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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