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우크라이나전쟁 전망
[홍승희 칼럼] 우크라이나전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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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22개월째이지만 전쟁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초기에는 군사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인 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른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이미 빗나갔다.

서방국가에서는 망명을 제안했지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러시아와 맞설 것을 천명했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개전 한 달 만에 11만명이 민간인 신분을 버리고 입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결말에 대한 기대도 생겨났다. 그러나 그 무렵 국제적 명성이 있는 한 전쟁 전문기자는 우크라이나가 결국 한국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예측했고 지금은 그런 전망에 동의하는 이들이 차츰 늘어가고 있다.

NATO 가입을 희망하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거부했던 서유럽 국가들은 '설마' 했던 러시아의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며 위기감을 느끼고 서둘러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섰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그 인내심은 차츰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외 군사파견을 줄여가면서 중국 견제에 집중하려던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이 새로운 중동 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급격한 피로를 느끼는 듯하다.

개전 이후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수복하기 위해 필사적인 작전을 펼치는 우크라이나는 지금 포탄 먹는 하마가 되어가고 있지만 오랜 기간 큰 전쟁이 없었던 국제사회에서 많지 않은 비축물량은 이미 다 소비됐고 전선에서 요구되는 막대한 수요를 충족시켜줄 생산능력을 가진 나라도 휴전 중인 한국만 남은 상태다. 그렇다고 한국도 마냥 그런 수요에 부응할 수는 없다.

현재 한국은 방산수출로 수출적자를 메꿔가고 있긴 하지만 당장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 모두 퍼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식적으로 한국은 교전중인 국가에 살상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어 포탄의 경우 미국에 대여하는 형식으로 내보내는 것이 고작이다.

결국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들어간다 해도 우리가 직접 지원하는 것과는 국제 외교상 큰 차이가 있는 일이다. 전쟁 때문에 경제적 유대에 심대한 타격을 받고는 있으나 어떤 식으로든 전쟁이 끝나고 나면 러시아는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가 될 나라이니 처신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대다.

한국전쟁은 38개월 만에 휴전이라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당시에는 유엔 결의에 따라 숱한 나라들이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파병했고 긴 시간을 함께 해줬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전 세계의 인심은 그 때만큼 좋지 못하다. 상임이사국의 당사국이 침략을 한 상황이라 유엔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데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원의 중심에 서있는 미국의 국력이 그간 많이 약화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여전히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지키며 세계경찰의 역할을 완전히 벗어던진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관계역전을 노리는 라이벌이 등장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기에 남이 나라 싸움판에 뛰어들 여력이 없다. 더구나 상대가 러시아다. 아무리 이번 전쟁에서 무기력함을 드러냈다고는 하지만 핵보유국인 러시아와 미국이 전선에서 직접 부딪치는 일은 당사국인 미국은 물론 그 어느 나라도 원하지 않는다.

세계대전으로 비화되는 것을 원할 국가는 없다. 러시아 역시도 그런 확전은 피하고 싶어서 한 팔로만 싸우느라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서서히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들이 연기를 피워 올리기 시작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움직임은 아니지만 아마도 동유럽과 북유럽의 군비증강이 마무리되는 시점쯤으로 그 시기를 잡고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한치의 땅이라도 더 수북하기 위해 처절한 전투를 벌일 테지만 이미 무기공급에 애로를 겪고 있어 여의치 않을 것이다. 러시아 역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보면서 이미 빼앗은 땅이라도 자국령으로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는 견제구를 날릴 테고 키이우를 향한 드론 공격도 그런 잽이 아닌가 싶다.

한국은 종전에 반대하느라 끝내 휴전협정 당사자에도 들지 못해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데 족쇄를 차고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타국 군대의 지원 없이 혼자 싸우고 있어서 그런 문제는 안 생기겠지만 힘에 부치는 원칙에 사로잡혀 훗날이 족쇄를 차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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