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성장에 무너진 '홀드백'···극장가 되살릴 해법 될까
OTT 성장에 무너진 '홀드백'···극장가 되살릴 해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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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당시 OTT 성장 시스템 무너져···극장 침체 주요 원인 지적
콘텐츠 창작 생태계 보존 위해 자율협약 필요···"영화시장 기형적 성장 우려"
(사진=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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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최근 극장에 방문해 영화를 보는 관람객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업계서는 영화산업 정상화를 위해 영화가 극장에 독점 공개되는 기간인 '홀드백'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극장가는 여전히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개봉 후 1~2달이 지난 영화를 바로 서비스하거나, 극장과 동시 개봉하는 등 홀드백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이유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3분기 국내 영화관 매출액은 9565억원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동기 평균의 7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관객 수는 같은 기간 56.9% 감소, 절반 이상 떨어졌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시장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25% 이상 성장한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홀드백이란 영화가 극장 개봉 뒤 주문형 비디오(VOD)나 케이블 방송, OTT 등 타 유통 채널로 넘어갈 때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OTT 플랫폼의 등장 이전 홀드백은 통상 10주 정도로 여겨졌으나,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해당 기간이 4주 이내로 축소됐다.

홀드백 붕괴에 관한 논란은 지난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넷플릭스 첫 한국 오리지널 영화로 선보였을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는 홀드백 붕괴를 우려해 옥자의 OTT 동시 공개를 반대했으며, 이에 해당 영화는 이들을 제외한 일부 중소·독립 영화관 등에서만 개봉하게 됐다.

당시에는 넷플릭스가 옥자의 제작비 모두를 지원한 데다, 국내 가입자 수 역시 10만 명 내외로 크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극장가가 무리한 '갑질'을 일삼는다는 여론도 나왔으나, 문제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OTT 성장과 함께 홀드백 시스템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며 발생했다.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 가입자는 올해 1월 기준 12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승리호' 등 많은 영화가 극장과 넷플릭스에 동시 개봉됐다.

업계는 극장 개봉 작품을 1~2달만 기다리면 OTT 플랫폼에 볼 수 있게 되다 보니, 극장뿐 아니라 제작 환경까지 악영향을 입게 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9월 쿠팡플레이가 200억원 대의 제작비가 투자된 '비공식작전'을 극장 개봉 한 달 만에 무료 서비스하거나, 지난 6월 '존윅4'를 개봉 2달 만에 무료 공개한 것 등은 이러한 '홀드백' 시스템이 무너진 대표 사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영화가 나온 후 극장에서 일정 기간 상영을 거친 후 VOD로 판매하거나 방송 채널에 판매하는 등 단계별 유통 창구를 뒀는데, 이러한 홀드백 시스템이 무너진 후에는 관람객들이 OTT 플랫폼에서만 작품을 감상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영화관이 무너지며 넷플릭스 등 플랫폼에 작품을 단순 판매하는 형태로만 수익이 나오게 되니, 산업 자체가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황에 문체부는 홀드백 준수를 지원해 영화관 관람 수요 회복을 뒷받침한다는 내용의 '영상산업 도약 전략'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기존의 모태펀드(문화계정)에 대해서는 홀드백 준수를 의무화하도록 하고, 이외 작품에 대해서는 업계 자율협약 체결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다만 홀드백 시스템을 업계 자율이 아닌 법제화 과정을 거쳐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나의 영화를 두고 업계 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 만큼, 자율적 합의가 이뤄지기에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극장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극장에서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고 작품의 흥행에 따라 제작사와 투자사에 이익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관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에 재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왔다"며 "다만 넷플릭스 등 OTT의 경우 작품을 넘긴 후 추가 수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제작·투자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시기에는 극장 관람객이 줄고, 개봉 자체가 어려워진 작품이 널며 일종의 궁여지책이었지만, 이제는 영화 산업 정상화와 선순환 구조 복원을 위해 홀드백이 필요하다"며 "다만 자율규제의 경우 업계 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어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어, 법제화를 통해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제작·배급·극장 산업 관계자들이 모인 '홀드백 법제화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 해외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한 글로벌 OTT 플랫폼으로부터 자국 영화산업을 지키기 위해 미디어 홀드백을 법제화하고 있다"며 홀드백 법제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제 프랑스의 경우 넷플릭스에 대해 홀드백 기간을 지난해 절반 이상 줄였으나, 여전히 15개월이 지나야 작품을 방영할 수 있도록 법제화돼 있다. 일본 역시 법으로 규정돼있지는 않지만 약 1년 가량의 홀드백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지난해 문화부 장관령으로 90일 홀드백 기간을 확정했다.

노 교수는 "넷플릭스가 영화를 독식하면 극장과 영화인이 수혜를 못누리고 배급사만 돈 버는 구조가 정착된다는 위기의식이 전 세계적으로 팽배하다"며 "한국 영화, 영상 산업을 살리는 방법 중 하나가 홀드백"이라고 말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팬데믹 기간 넷플릭스 등 OTT의 급격한 확산과 함께 영화시장에 오랜 시간 존재하던 전통적 홀드백 시스템의 붕괴로 인해 영화 관람객들의 영화관 외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홀드백의 붕괴로 인해 높은 수익을 얻는 영화 대부분이 고예산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중소영화와 영화사가 소외되며 영화시장이 기형적인 생태계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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