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이석희 사장을 배터리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이유는?
SK가 이석희 사장을 배터리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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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성장 이끈 반도체 전문가···생산 안정, 수율 개선 기대
최재원 각자대표와 역할 구분 뚜렷···기술 경쟁력 확보 집중할 듯
이석희 SK온 신임 사장. (사진=SK)
이석희 SK온 신임 사장. (사진=SK)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SK그룹이 7일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친 가운데 SK온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이석희 사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석희 사장은 2018년부터 2022년 3월까지 SK하이닉스를 이끈 인물로 약 21개월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 셈이다. SK그룹이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차세대 경영 리더를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어제의 용사'였던 이석희 사장을 복귀시킨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이 사장은 1965년생으로 인텔,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를 거쳐 SK하이닉스 D램 개발부문장, 사업총괄(COO) 등을 역임했다. 제조업 전문가인 이 사장은 2018년 SK하이닉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기술 고도화로 회사의 호실적을 이끌었다. 

특히 2022년 2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PIM을 개발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PIM은 메모리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이동 정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이를 바탕으로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사장이 SK하이닉스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면 2021년 각자대표로 선임된 박정호 부회장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 같은 성과로 2021년 SK하이닉스는 매출 42조9978억원, 영업이익 12조410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이었으며 반도체 호황기인 2021년 실적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3월 SK하이닉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온의 사장으로 복귀한데 대해 일각에서는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임 SK온 대표이사인 지동섭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했지만, SK텔레콤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마케팅·기획 전문가다. 2016년 SK엔무브의 전신인 SK루브리컨츠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에너지 업계에 복귀했으며 2019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대표를 맡았다. 

지 사장은 SK온 설립 2년만에 상반기 매출 7조원을 달성했으며 미국 내 배터리 생산시설을 확대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도 적극 대응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 대비 배터리 후발주자였음에도 파우치형 배터리나 원통형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수익 기반을 확보했다. 

그러나 매출 대비 적자폭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고정비 지출 부담도 커지고 있어 흑자전환이 시급한 숙제로 남았다. 여기에 SK온은 이석희 사장을 통해 공정 안정화와 생산능력 확장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배터리 업계에 수율 안정화 기간이 단축되는 만큼 해외 공장의 수율 정상화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의 선임으로 최재원 각자대표 부회장과 역할도 명확하게 나눌 수 있게 됐다. 제조 전문가인 이 사장이 품질 향상과 생산 안정화,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최 부회장이 고객사 확보와 투자전략 수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2021년 SK온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대규모 투자재원 마련과 함께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전기차 동맹을 이끌어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SK하이닉스에서 이석희 사장과 박정호 부회장의 역할이 명확했던 것처럼 SK온에서도 두 대표이사가 각자 역할을 수행해 품질 향상과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지동섭 사장은 SK온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SV(사회적가치)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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