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디지털 시대, 온라인 분쟁조정회의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전문가 기고] 디지털 시대, 온라인 분쟁조정회의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 이승진 한국소비자원 부연구위원
  • milkymix@kca.go.kr
  • 승인 2023.12.0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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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진 한국소비자원 부연구위원

'조정이 판결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다. 어느 사회건 갈등과 분쟁이 존재하지만 소송을 진행한다고 반드시 갈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이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소비자가 사업자로부터 재화와 용역을 구입․이용하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생활에서 소비자피해나 불만으로 인한 분쟁은 피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대량생산․판매가 이뤄지는 현대사회에서 소비자는 사업자에 비해 열등한 지위에 놓인 경우가 많아 거래 및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피해나 불만을 소비자의 개인적 책임과 문제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소비자기본법'에서는 소비자가 더 쉽고 원활하게 분쟁을 해결하고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소송을 대체하는 분쟁해결제도(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ADR)를 마련해두고 있다. 바로 한국소비자원이 수행하는 피해구제와 분쟁조정이 그것이다.

이 같은 소비자기본법 상 소비자분쟁해결제도는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선돼 왔음에도, 양적으로 증가하고 질적으로 다양화되는 소비자피해 및 불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3년(2020~2022년)간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소비자 분쟁은 연평균 4729건으로 이전 3개년(2017~2019년)의 3110건 대비 52.1% 증가했지만, 분쟁조정회의는 이에 대응할 만큼 충분히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연간 분쟁조정회의 개최 횟수는 173회로 주당 평균 3.3회 개최됐음에도 증가하는 사건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혹자는 회의 개최 횟수를 더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대면으로 개최하는 회의 방식을 개선하고 인력과 예산의 확보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증가하는 분쟁조정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많은 조정위원들이 참여한 분쟁조정회의를 대면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도 자주 개최할 필요가 있다.

비대면․온라인으로 분쟁조정회의를 개최하게 되면 해당 사건에 전문성을 가진 조정위원이 언제 어디에서나 더 쉽게 참여할 수 있으며, 코로나19와 같이 대면회의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도 회의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 대면으로 분쟁조정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들이는 이동 시간, 교통비 등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조정위원과 당사자가 동영상 및 음성을 통해서도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고 최적의 결론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은 이미 갖춰져 있다. 다만, 현행법상 분쟁조정회의를 비대면·온라인으로 개최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상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는 2002년부터 대면 이외에 온라인․비대면 분쟁조정회의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 '상법'에서도 개최 비용을 절감하고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를 활성화시키고자 온라인 전자주주총회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당연하지만 아직까지 도입되지 못한 온라인 분쟁조정회의가 하루 빨리 법제화돼 소비자분쟁의 신속한 해결에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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