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젊은 임원 대거 발탁···성장동력 확보, 세대교체 초점
재계, 젊은 임원 대거 발탁···성장동력 확보, 세대교체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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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0·40 임원 배출···LG도 세대교체 추진
경영 불확실성 확대···안정·변화 '두마리 토끼' 노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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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주요 대기업의 사장단·임원인사가 한창인 가운데 각 기업들이 젊은 임원들을 대거 등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안정'과 '변화'의 갈림길 속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하는 분위기다. 

27일과 29일 각각 사장단·임원인사를 단행한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승진인사가 40명 이상 줄어들며 신상필벌의 원칙을 유지했다. 올해 반도체 부문 적자가 이어졌고 전사 실적이 좋지 않았던 만큼 승진인사 폭을 줄인 분위기다. 또 기존 한종희-경계현 투톱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을 도모했다. 

다만 이 가운데서도 1970년대생 사장을 배출하고 30, 40대 임원을 대거 발탁하는 등 지속 성장 가능성을 확보했다.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용석우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TV개발 전문가로 한종희 부회장에 이어 TV와 디스플레이 사업 전반을 책임질 예정이다. 

갤럭시 S 시리즈의 제품 경쟁력 확보에 기여한 손왕익 MX사업부 스마트폰개발1그룹 상무는 39세에 임원으로 승진되기도 했다. 또 이영아 VD사업부 차세대UX그룹장(상무)은 홈엔터테인먼트 UX 개발을 주도하면서 프리미엄 TV의 차별화를 주도해 40세 나이에 상무로 승진했다. 

LG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부회장)가 용퇴를 결정하면서 김동명 사장이 신임 CEO가 됐다. 6개 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던 LG디스플레이는 빠른 흑자전환을 위해 정철동 LG이노텍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정철동 사장은 LG이노텍 대표를 맡으며 애플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고 이를 바탕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3년동안 2배 이상 확대시키기도 했다. 

정철동 사장이 LG디스플레이 대표를 맡으면서 공백이 생긴 LG이노텍 CEO는 문혁수 최고전략책임가(CSO)를 내정했다. 특히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와 문혁수 LG이노텍 CEO는 각각 1969년생, 1970년생으로 이전보다 젊어졌다. 

LG는 임원인사에서도 신규 승진자의 97%를 1970년 이후 출생자로 배치하며 젊은 임원들을 다수 배치했다. 신규 임원의 평균연령은 49세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며 최연소 임원은 1982년생 손남서 LG생활건강 상무다. 

대표이사 4명을 교체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인사를 단행한 GS그룹도 젊은 사장과 임원을 전면에 배치했다. 특히 오너 4세 경영진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승계구도에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1979년생 허윤홍 사장은 그동안 GS건설 미래혁신대표(CInO)를 맡다가 이번 인사에서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특히 GS건설은 아파트 철근누락 등으로 올해 적자전환한 위기상황에서 허 사장이 등판하면서 책임경영을 통한 위기 수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허윤홍 사장과 동갑인 허철홍 GS엠비즈 대표이사도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게 됐다. GS그룹에 따르면 허 부사장은 올해 초 GS엠비즈 대표이사로 부임해 실적개선과 회사 리스트럭처링 및 중장기 성장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KT는 젊은 외부 인재를 영입해 체질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최고기술책임자(CTO)에 해당하는 기술혁신부문장에는 1970년생 오승필 부사장을 영입했다. 오 부사장은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재직했으며 2016년부터는 현대카드 커머셜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정우진 컨설팅그룹장(전무)은 1975년생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웹서비스, LG CNS 등에서 근무했다.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 컨설팅 기업 디지털엑스원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KT는 젊은 외부 인재 영입과 함께 내부에서도 임원 규모를 줄여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강화했다. KT는 상무보 이상 임원수를 현재보다 20% 줄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젊은 인재 발탁은 최근 들어 꾸준히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1985년생 배범희 DX부문 생산기술연구소 HW기술그룹 상무를 발탁했고 2021년에도 1984년생 박성범 시스템LSI SOC설계팀 상무를 발탁했다. 

LG그룹도 지난해 40대 신임 상무가 전체 62% 이상을 차지하며 세대교체를 꾀했다. SK는 지난해 1975년생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을 발탁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종민 SK텔레콤 미디어 인프라랩장도 당시 39세 나이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지난해까지 각 기업들은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고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젊은 인재를 중용했다. 그러나 올해는 경영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글로벌 경쟁구도가 확대되는 만큼 기업의 안정을 꾀하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젊은 인재들을 중용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원인사에 대해 "지속 성장을 위한 리더십 기반을 확대하고, 미래성장동력 강화를 위해 소프트웨어와 신기술분야 인재를 다수 승진시켰다"며 :젊은 리더와 기술인재 발탁을 통한 세대교체도 가속화했다"고 밝혔다. 

LG그룹도 미래준비와 함께 세대교체를 꾀하고 실전형 인재를 전면에 배치하는 인사에 초점을 맞췄다. LG 관계자는 "차세대 경영인으로 지속 육성, LG의 고객가치 철학을 구현하고 회사를 성장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SK와 현대차도 다음달 중 임원인사를 단행하는 가운데 성과주의 인사와 젊은 인재 발탁이 주요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변화를 주는 일은 결국 젊은 인재를 발탁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안정'과 '변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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