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GM 흑자 유지 가능할까···신차효과 없는데 전기차도 시들
[기자수첩] KGM 흑자 유지 가능할까···신차효과 없는데 전기차도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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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쌍용자동차가 두 번째 법정관리를 끝낸 지 1년여가 지났다. 당시 쌍용차 기업회생절차 종결을 결정한 서울회생법원 제1부는 "변제 대상인 회생담보권·회생채권 대부분이 변제 완료됐고, 토레스 판매 증대로 매출 등 향후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법원의 예상대로 쌍용차는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를 내세워 반등에 성공했고, 사명도 모기업 KG그룹의 자동차 부문 계열사라는 의미와 전동화,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미래 기술을 다루는 모빌리티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와 담아 KG모빌리티로 바꿨다.

KG그룹 품에서 KG모빌리티는 확실히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주력 모델 토레스 판촉에 집중하며 견조한 실적을 기록, 올 들어 3개 분기 연속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둔 것. 존폐 위기에 놓였던 1년 전을 생각하면 작금의 모습은 환골탈태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를 만큼 확 바뀌었다.

다만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내수 판매 실적은 지속 감소하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7월 판매 대수는 4043대로 전년 동기 대비 50.9% 줄었고, 8월은 3903대로 77.4% 감소했다. 9월의 경우 4069대를 팔며 전월 대비 4.1%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88.6% 줄었다. 지난달에는 3804대를 팔며 전년 동기보다 무려 106.4% 급감했다. 매월 감소 폭이 커지는 중이다.

부진의 원인은 사라진 토레스 신차효과에 있다. 지난해 7월 시장에 등장한 중형급 SUV 토레스는 세련된 디자인, 저렴한 가격 등을 강조하며 출시 1년여만에 누적 판매 5만대를 돌파하는 역사를 썼다. 그러나 이후 힘이 빠지며 어렵게 쌓아 올린 공든 탑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다른 모델 상황도 여의찮다. 대형 SUV 렉스턴과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는 부분변경에도 판매가 줄고 있고, 준중형·소형 SUV 코란도와 티볼리는 시장 입지를 잃은 상태다.

KG모빌리티는 이달부터 소비자 인도를 시작한 전기 SUV 토레스EVX로 4분기 실적을 방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기차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데에 있다. 올 1~10월 국산 전기차 판매 대수는 9만9030대로 전년 동기 대비 7.7% 줄었다. 보조금 감소로 인한 소비자 부담 증가와 여전히 부족한 충전 기반시설이 원인으로 꼽힌다. 

대안은 전기차 대비 저렴하고 충전 스트레스도 없는 하이브리드차로, 같은 시기 51.1% 늘어난 22만4568대를 기록했다. 제2의, 제3의 토레스로 판매 확대를 도모하려면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차가 더 시기적절해 보이나 KG모빌리티는 내년에도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이브리드차는 내후년에나 내놓을 예정이다.

곽 회장은 지난 2일 중국 선두 전동화 업체 비야디(BYD)의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으로 날아가 '차세대 하이브리드시스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하이브리드시스템을 독자 개발할 시간도, 기술도, 자본도 없는 만큼 이미 중국 시장에서 검증을 끝낸 BYD 하이브리드시스템을 사와 최소 비용으로 단기간 안에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유통기한이 끝나가는 토레스 한 차종에만 '올인'하는 모습이다. 올해 출시한 토레스EVX, 내년에 선보일 전기차, 내후년에 내놓을 하이브리드차 모두 토레스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쉴 새 없이 신차급 부분변경과 구형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대대적인 완전변경을 선보이는 현대차·기아의 공세를 막아내려면 소·중·대형급의 다양한 차종이 필요해 보이는데, 토레스 하나만 붙잡고 나아가는 모양새다. "적자 없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곽 회장의 포부와 달리 과거 티볼리를 등에 업고 흑자 기조를 유지하다가 신차효과 감소, 현대차·기아 반격에 밀려 적자로 돌아선 과오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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