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터리 1000조 수주에도 '불안'···중국발 공급과잉 오나
韓 배터리 1000조 수주에도 '불안'···중국발 공급과잉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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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기업 구조조정···소규모 기업 연쇄 파산조짐
中 공급과잉에 가격 하락 우려···글로벌 배터리 패권 '휘청'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전기차용 배터리 (사진=CATL 홈페이지 캡처)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전기차용 배터리 (사진=CATL 홈페이지 캡처)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꺾이고, 중국발 배터리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올 연말까지 1000조원 이상의 수주 잔액을 확보했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에 중국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지난 2~3년간 보여줬던 폭발적 성장성에 의문 부호가 달리기 시작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GM은 미국 디트로이트 교외 오리온 타운의 공장에서 2024년 말부터 예정됐던 전기 픽업 트럭 쉐보레 실버라도 전기차(EV)와 GMC 시에라 EV 생산을 2025년 말로 연기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거센 저항에 따른 반대급부적 전기차 생산 연기라는 카드를 꺼낸 측면도 있지만, 세계적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라 투자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GM 측은 이 공장을 포함해 미시간주 공장 2곳에 약 4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다. GM은 생산 계획 변경에 대해 "진화하는 전기차 수요에 맞춰 투자 관리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자동차 조사 전문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71%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줄어든 것이다. 

또 미국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에 평균적으로 쓴 돈도 1월 5만9000달러에서 9월 4만8000달러로 줄었다. 테슬라가 주요 모델의 가격을 인하한 영향도 있지만, 전기차 판매가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 상반기 북미 지역 내 전기차 재고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배 수준인 9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구조조정 수순을 밟고 있다. 중국에서는 웨이마모터스와 바이톤 등이 파산신청서를 냈다. 미국 전기·수소트럭 기업인 니콜라는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고, 전기차 제조사 루시드도 정리해고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미 전기트럭 제조사인 로즈타운모터스도 최근 파산 신청서를 냈다. 

여기에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과잉이 향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 큰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시장조사업체 CRU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것에 따르면 올해 중국 전체 배터리 생산능력은 1500GWh로 중국의 연간 배터리 수요인 636GWh의 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국이 광물자원과 정부 지원을 앞세워 배터리 물량 공세를 벌이고 있어,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감소와 맞물려 배터리 공급 과잉과 가격 급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수 점유율을 바탕으로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중국 CATL은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점유율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어 중국의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과잉에 따른 시장 악영향이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도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미 전기차 제조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공장 등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어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 잔액은 775조원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올해 말까지 3사의 수주 잔액이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수주 잔액은 납품 계약은 맺었지만, 아직 생산하지 않은 물량을 말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수주잔액 1000조원이 넘는 배터리 공급 계약 이행을 위해 미국에서만 679억달러(약 91조6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또 2027년까지 전기차 704만대 분량인 541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가 앞으로도 당분간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전기차 제조사들이 생산량을 줄일 경우 배터리 제조사들의 투자 대비 수익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 2~3년간 전기차 얼리어답터(초기 구매자)들의 구매가 서서히 끝나고 있어, 이제 전기차 가격이 기존 내연기관차만큼의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수요는 당분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전기차 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대중화 시기가 오기 전까지 배터리와 소재 수요도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테슬라 충전소에서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테슬라 충전소에서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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