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투자를 시작한다고? 시드머니를 모으면 안 되는 이유
[전문가 기고] 투자를 시작한다고? 시드머니를 모으면 안 되는 이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시영 작가

재테크를 처음 시작할 때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바로 "시드머니를 모아서 투자해라!"라는 것이다.시드머니란(Seed Money) 우리나라 말로 종잣돈 혹은 목돈을 뜻한다. 씨앗이 자라 결국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 훗날 큰 투자수익을 만들기 위한 초기자금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 목돈이 없는 사람이라면 먼저 저축을 시작해서 목돈을 모으고, 시드머니를 확보하고 나서야 투자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투자를 하기 위해 시드머니를 모으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재테크 방법 중 하나라고 할수있다. 특히 시드머니는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든 주범이기도 하다.

먼저 왜 그렇게 시드머니를 모아야 한다고 말할까? 일단 목돈이 있어야 똑같은 수익률을 내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만 원으로 10% 수익률을 내면 10만원을 벌지만, 1억원으로 10% 수익률을 내면 1000만원이 된다. 결과가 무려 100배 차이다. 즉, 100만원이든 1억이든 투자를 공부하고 실행에 옮기는 물리적인 시간은 똑같은데, 누구는 10만원을 벌 때 1000만원을 버는 것. 그래서 시드머니가 있어야 돈을 불릴 수 있다고들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만약에 10%의 수익률이 아닌 10%의 손실률을 내면 어떻게 될까? 100만원에서 -10% 수익률을 내면 10만원을 잃지만, 1억일 때 -10%는 1000만 원이 된다. 즉 100만 원으로 시작할 때보다 100배를 더 잃게 되는 것이다. 즉 수익이날 때도 100배, 손실이 날 때도 100배라는 소리다.

흔히 시드머니를 강조하면서 돈을 버는 것만 강조하는데, 잃는 경우는 잘 얘기하지 않는다. 돈을 벌었을 때, 성공적인 투자의 종착역만 바라보고 시드머니를 강조할 뿐이다. 그래서 누군가 투자를 처음 하는 사람에게 시드머니부터 모으라고 말하는 것은, 어떻게보면 무책임한 말과 다름없다. 손실이 났을 때는 이야기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학 용어 중에 손실회피성향이란 용어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이게 얻을 때보다도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억을 투자해서 1000만원의 수익이 발생했을 때와 1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을 때를 비교하면, 똑같은 돈이지만 잃었을 때의 고통이 더 크다고 한다. 손실회피성향은 재테크에 있어 본질적인 이야기다. 처음 투자를 하는 사람에게는 손실을 감내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 목돈을 모으기 위해 3년 내지는 5년간 열심히 저축을 했을 텐데, 이런 노력이 단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버리는 베팅이 되는 것이다.

잘못된 투자로, 혹은 잘한 투자라도 큰 손실이 발생하게 되었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방에 큰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를 하는 것, 우리는 이런 의사결정을 투자라 하지 않고 투기라고 한다. 즉, 시드머니를 모아야 한다, 이 말은 결국 시드머니라는 큰 돈의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투자 자체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말과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투자는 시드머니를 모아서 하지 말고, 적립식으로 하라는 이유다. 직장인이라면 매월 받는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자동이체식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점은 이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안정적인 투자습관을 만들고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위험회피성향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할 수도 있다.

내 돈이 불어나는 과정과, 나의 투자 실력은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돈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 돈은 5년동안 저축으로 불어났는데, 그제서야 시드머니를 모았다고 투자를 시작한다는 것은, 아직 그만한 돈을 투자로 굴릴 만한 능력과 경험이 없다는 것과 다름 없다. 마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프로그램에서 훈육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주인이 대형견을 키우는 것과 다름없는 꼴이다. 결국 그 피해와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 있는 것이다.

투자를 처음 시작해본다고 하면, 시드머니 말고, 소액부터 시작하라. 처음에 1만원이어도 좋다. 적립식 투자로 점차 적응해나가면서 금액도 늘리고 하나 둘 배워가는 것, 그것이 투자 시작의 최선의 방법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Dd 2024-04-05 19:30:43
걍 대충 주식이랑 코인하라는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