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9, '대박' 기대했는데 석달 판매량 3000대 밑돌아···무슨 일?
기아 EV9, '대박' 기대했는데 석달 판매량 3000대 밑돌아···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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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파워 대비 시작가 7000만원대는 너무 비싸" 평가
"높은 할부 금리도 부담"···5000만원대 테슬라 모델Y '복병'
EV9 (사진=기아)
기아 대형 전기 SUV 'EV9' (사진=기아)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기아가 지난 6월 출시한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의 국내 판매가 지속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V9는 당초 출시 전 진행한 사전계약에서 8영업일 만에 1만대를 돌파하며, 대박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5%대의 신차 할부 금리와 7000만원대의 높은 시작가가 맞물리며 점차 판매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7일 기아에 따르면 EV9은 출시 첫 달인 6월 1334대, 7월 1251대, 8월 408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1만명 이상이 구매 의사를 밝히며 기대감을 모았던 사전계약 당시 분위기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업계에서는 경기침체 속 브랜드 파워 대비 높은 가격 진입 장벽을 세운 것이 판매 저조로 이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EV9 에어 7인승 2WD 기준(선수금 30%, 기간 36개월) 우리·삼성·롯데 등 카드사 신차 할부 금리는 최저 5.3%다. 월 할부금은 62만4995원. 구매가가 1억원에 육박하는 GT라인 6인승 4WD 풀옵션으로 눈을 높이면 매월 내야 하는 돈이 86만원에 이른다. 국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대형 SUV GV80은 물론 벤츠·BMW 등 독일산 대형 SUV도 넘볼 수 있는 수준이다.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에서는 "기아가 고급차 브랜드도 아니고 차라리 비슷한 값의 수입차를 사는 것이 더 이득", "아무리 잘 만든 전기차라고 해도 기아 로고에 7000만원 또는 그 이상을 지불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회원은 "초기 결함 때문에 판매가 감소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결함이 잦기로 유명한 신형 그랜저도 꾸준히 팔리는 것을 보면 결국 비싼 가격이 원인"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EV9은 지난달 8일 구동모터 제어장치 오류로 시정조치(리콜), 24일 무드램프 제어장치, 전자식 변속 제어장치 오류 등으로 무상수리를 진행했다. 신형 그랜저의 경우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 이후 최근까지 소프트웨어 관련 여러 결함이 드러나 20건에 육박하는 리콜·무상수리를 실시했다. 그럼에도 올 1~8월 누적 판매 8만306대를 기록하며 전체 판매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아는 EV9 생산 대수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작정 재고를 쌓아둘 수 없기 때문이다. 기아가 이달 초 전국 판매 지점에 배포한 9월 판매 현황 납기표 내 EV9 비고란에는 '주력/선호사양 재고 유'라고 쓰여 있다. 생산이 수요보다 많다는 뜻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의 7월 자동차통계월보에 따르면 EV9 생산 대수는 5월 2004대, 6월 4006대, 7월 2510대다. 8월까지 판매한 2993대를 제외하면 5000대가량이 재고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결함은 둘째치더라고 대중 브랜드에서 7000만원이 넘는 시작가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전기차 시장도 답보 상태이고, 기존가 대비 2000만원가량 저렴한 5000만원대 테슬라 모델Y도 등장한 상황이라서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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