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택배 없는 날'···"쉴래야 쉴 수 없는 구조"
반쪽짜리 '택배 없는 날'···"쉴래야 쉴 수 없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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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15일 택배기사 휴일 보장 '택배 없는 날' 시행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등 일부 기업 동참하지 않아
"애가 아파도 제 때 배달 못하면 구역 뺏길까 못쉬어"
배달중인 쿠팡 택배 차량 (사진=서울파이낸스)
배달중인 쿠팡 택배 차량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택배 배송기사들의 휴일 보장을 위한 '택배 없는 날'이 일부 기업의 불참으로 반쪽짜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20년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 주요 택배사들은 고용노동부와 배송기사들의 연휴를 보장하기 위한 '택배 없는 날' 제정에 합의했다.

택배 없는 날은 통상 광복절 휴일을 앞둔 8월 13일 또는 14일로 지정된다. 올해는 일요일인 13일부터 15일 광복절까지 택배기사들의 사흘간 휴일이 보장됐다.

그러나 사흘간 밀린 택배 물량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어렵다며, 자체 배송망을 활용하는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등은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고 택배 배송을 계속했다. 

한선범 전국택배노동조합 정책국장은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이 있으면, 그 곳으로 택배 물량이 몰리게 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도 참여하지 않는 기업은 고객 선호도 증가, 신용도 상승 등으로 참여하는 기업만 손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쿠팡 관계자는 "택배 없는 날은 원할 때 쉴 수 없는 대기업 택배기사들 위한 휴무일"이라며 "쿠팡친구(쿠팡 소속 배송기사)는 쉬고 싶을 때 언제든 쉴 수 있으며,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퀵플렉서(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도 용차 비용 부담 없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고 말했다.

택배 기사들이 원하는 날에 쉴 수 없는 업무 구조 자체를 문제삼는 주장도 나왔다. 인력이 충분한 일부 대리점을 제외하고, 할당된 구역의 운송은 1주일 내 자신이 모두 소화해야 한다. 쿠팡은 일정 택배 수행률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구역을 뺏거나 없애버리는 '클렌징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배송기사는 회사에 고용된 직원이 아닌 자영업자 신분이다. 이로 인해 배송기사들은 연·월차를 사용할 수 없어 원하는 날에 쉴 수 없게 된다.

택배업 종사자 A씨는 "원하는 날에 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애가 아프거나 차가 고장 나도 클렌징 제도로 구역을 회수당할까 일을 계속해야 한다"며 "하루 평균 200개를 배달하며, 개 당 수수료 700원을 배당받는 구조로, 일당이 14만원 정도다. 하루를 쉬기 위한 대체 배송 비용만 25만원 정도로 쉴래야 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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