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바이오 항공유에 사활 건 정유업계···정부 규제에 '발목'
[초점] 바이오 항공유에 사활 건 정유업계···정부 규제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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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정유' 대세 속 탄소 중립 관련 규제 맞춰 대량생산 체계 구축
HD현대오일뱅크 제외하면 '걸음마 단계'···"법적 근거 마련돼야"
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공장 내 소재한 현대케미칼 공장 전경 (사진=현대오일뱅크)
충남 서산시 HD현대오일뱅크 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정유업계가 '탈정유' 추세의 일환으로 바이오 항공유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항공유가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원료 확보와 대량생산 설비 구축이 절실하지만 정부의 법적 근거 마련이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오 항공유는 일반 항공유 대비 2~6배 비싼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탄소상쇄 감축제도가 2021년부터 시범운영되면서 바이오 항공유 구입은 필수 사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오 항공유 수요도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바이오 항공유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HD현대오일뱅크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HD현대오일뱅크는 충남 서산에 위치한 대산공장 1만㎡ 부지에 연산 13만톤 규모의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올해까지 조성한다. 내년까지 일부 설비를 연산 50만톤 규모의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설비로 전환해 바이오 항공유를 대량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5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친환경 바이오 사업 공동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또 올해 4월에는 HMM과 바이오 선박유 사업 업무협약을, 최근에는 대한항공과 바이오 항공유 실증운항연구를 체결했다. 

에쓰오일은 2021년 삼성물산과 수소·바이오 등 에너지 신사업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양사는 바이오디젤, 바이오 항공유 등을 개발하고 해외 인프라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바이오 항공유를 직접 겨냥하진 않았지만,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펄그림 바이오에너지에 260억원을 투자해 폐기물 가스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체 설비투자 10조원 가운데 배터리 사업에만 7조원을 투자한다. 

정유사들이 인프라를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정부의 지원과 규제 개선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IRA와 함께 바이오 항공유 사용에 세액을 공제하면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25년까지 기존 항공유에 바이오 항공유를 최소 2%이상 섞도록 의무화했다. EU는 이 비중을 점차 확대해 2050년에 70%로 혼합 비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바이오 항공유에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지만, 바이오 에탄올 혼합 의무를 석유 정제업자에게 부여하고 유류세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바이오연료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2026년까지 바이오 항공유와 선박유 도입을 추진한다. 바이오 디젤 혼합 비율도 2030년까지 8%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에서는 석유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정유사가 원유만 정제하도록 하고 있다. 석유 대체연료 중 하나인 바이오가스연료유를 위한 합성원유 정제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바이오 연료 관련 기술이 개발되고 있음에도 이를 활용할 방도가 없다.

박주선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지난달 머니투데이방송과 인터뷰에서 "석유사업법 전제 때문에 환경부에서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사용하도록 해줬음에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에서는 합성원유 정제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이 이른 시일 내에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탈정유’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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