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세대 업사이클 기업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 
[인터뷰] 1세대 업사이클 기업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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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도 우리 자산···진정성 담긴 자원 새활용 실천해야"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터치포굿에서 박미현 대표이사가 '서울파이낸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혜지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터치포굿에서 박미현 대표이사가 '서울파이낸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혜지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지 기자] '버려지는 자원과 버리는 마음을 터치하는 사회적기업' 박미현(38) 터치포굿(TOUCH4GOOD) 대표이사의 명함에 새겨진 문구다. 

'서울파이낸스'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동망산길)에 자리한 터치포굿을 찾아가 만난 박 대표는 어릴 때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게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터치포굿은 우리 주변에서 버려진 자원을 모아 새활용(업사이클)하는 사회적기업이다. 

20대 대학생 시절 박 대표는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며 청소년단체 일도 거들었지만, 환경 관련 사업에 뛰어들 뜻은 없었다. 터치포굿의 정체성인 업사이클을 처음 경험한 건 환경에 관심 가진 친구와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대학생 연합 동아리 '넥스터스'(NEXTERS)에 들어가서였다. 

그는 동료들과 버려진 현수막을 찾아내고 가방 2개와 지갑 1개로 만들며 자원 재활용의 가치를 알아냈다. 박 대표는 "처음이어서 재활용 과정이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재료를 다룰 줄 아는 공장 찾는 것도 힘들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6개월 동안 노력한 끝에 첫 성과를 완성해 기뻤다"면서 웃었다.

넥스터스 시절 경험은 2008년 터치포굿 창업의 계기가 됐다. 국내 1세대 업사이클 기업 터치포굿은 현수막과 폐트병처럼 버려지는 자원을 어루만져, 새로운 가치가 담긴 생활용품이나 패션 상품으로 선보였다. 업사이클 분야 창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구실까지 하고 있다. 

26일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가 서울 종로구 숭인동 사무실에서 서울파이낸스 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김혜지 기자)
박 대표는 "버려지는 자원이 우리의 자산인 걸 깨달았다"면서 "함께 일하려면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김혜지 기자)

터치포굿 창업 초기는 박 대표한테 도전의 시간이었다. 특히 '진정성' 문제에 부닥쳤다. 박 대표는 "업사이클 개념조차 생소할 때인데도 여기저기서 폐기물을 준다고 했다. 우리를 쓰레기 처리하는 곳으로 여기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쁜 적도 있었다"며 당시를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다시 생각해보니 버려지는 자원이 우리의 자산인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터치포굿은 에스케이(SK), 아모레퍼시픽, 우체국, 씨제이(CJ), 현대백화점 등과 협업해왔다. 이젠 다양한 기업들이 내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한 조언을 얻고자 터치포굿을 찾아오는데, 박 대표는 "함께 일하려면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자원 재활용을 위한 현행 분리배출제도에 대해 아쉬움도 드러냈다. 박 대표와 함께 터치포굿이 입주한 건물 지하에 있는 작업장을 찾으니 플라스틱 분쇄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기계를 쓰지만 수거해온 재활용품을 분해하고 색깔별로 나누는 건 사람 몫이다. 

자원 재활용 과정에서 박 대표는 종종 잘못된 분리배출 문제와 마주친다. 요즘 자주 보이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은 생분해 플라스틱 퇴비화 시설이나 재활용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 버린다. 박 대표는 "잘못된 분리배출제도로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도 함께 버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터치포굿은 오는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패션 전시회 '후즈 넥스트'(Who's Next)에 참가할 13개 국내 기업 중 하나로도 뽑혔다. 

박 대표는 "재활용품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아이디어와 디자인, 기술을 넣으면 가치 있는 상품으로 다시 탄생한다"며 "이번 파리 후즈 넥스트 전시회를 통해 한국의 업사이클 산업 수준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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