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그들이 KT를 장악하려는 진짜 이유
[데스크 칼럼] 그들이 KT를 장악하려는 진짜 이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61년 5월 16일 새벽 5시. 박정희 소장을 앞세운 군부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키며 가장 먼저 장악한 곳은 남산 KBS 방송국이었다. 쿠데타 군부세력은 이날 바로 방송을 통해 혁명공약을 발표하고, 정권을 인수했다.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을 때도 가장 먼저 한 일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통제하는 것이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 때도 그러했고, 이후 정권을 잡은 새정부들 역시 초기 '언론 길들이기'가 최대 과제였다. 

이같은 정권의 방송통신과 언론장악이라는 역사의 수레바퀴는 6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이 굴러가고 있다. 

지난 9일 KT 사외이사추천위원회는 7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발표했다. 7인의 후보는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양희 한림대 총장,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다.

이 가운데 곽우영·이승훈·조승아 후보는 KT 대주주인 국민연금, 현대차, 신한은행 등과 소액주주들의 추천을 받은 후보다. 나머지 후보는 최양희·윤종수·김성철 후보 등은 보수 친정권 인사들이다. 최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냈고, 윤 전 차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인사다. 김 교수는 현 정부의 국무총리 직속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KT ‘뉴 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는 내부 이권 카르텔을 막는다며 사내이사를 기존 3명에서 2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따라서 KT 이사진은 사외이사 8명(기존 1명 포함)에 사내이사 2명 등 10명 안팎으로 꾸려진다. 그러니까 KT의 모든 경영방침을 결정하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힘이 막강해지는 것이다. 다른 일반 민간기업의 사외이사와는 그 무게와 역할이 완전히 다른 KT 사외 이사진에 정부가 국민연금을 앞세워 대거 친정부 인사들을 심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KT TF는 또 정관을 개정해 KT 최고경영자(CEO) 자격 요건에 ‘정보통신 전문성’을 삭제하고, ‘산업 전문성’을 넣기로 했다. 대한민국 대표 통신기업 CEO에 비통신전문가 친정권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려는 시도 아니냐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그러면 정부는 왜 공기업도 아니고, 이미 민영화된지 20년이 넘은 민간 통신기업 KT에 친정부 인사들을 고위 경영진에 대거 포석하려는 걸까. 정말 기업의 투명 경영과 선진 경영기법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주주가치와 국민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일까. 물론 그런 표면적 이유도 있겠지만 대다수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정말 우리나라 대표 통신 기업이자 디지털전환을 주도하는 기업 KT를 우뚝 일으켜 다시 정보통신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는 거라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업 경영에 친정부 관료 출신들과 대학 교수들을 이사로 참여시켜 새로운 통신 강국 기술과 산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 또한 얼마나 될까. 

KT가 정부 산하 위원회 조직도 아니고, 외부 인사들을 잔뜩 끌어모아다 기업 경영을 하라고 하다니,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KT 직원들 누가 자부심을 가지고 소신껏 일하려 하겠나. 외부 인사 눈치만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위 시쳇말로 KT 경영은 ‘아사리판’이 될 게 훤하다. 

그들이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권의 통신방송과 언론장악 수순이다. 통신방송과 언론을 장악하지 않고선 정권이 자신들의 정책을 자연스럽게 펼치기 어렵고,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비롯해 차기 대선에서 보수 정권을 재창출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방송 장악도 착착 진행중이다. 전 정권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보수 매체인 TV조선을 종합편성 채널 재선정 작업에서 일부러 떨어뜨리려했다며 대통령 직권으로 직위를 해제하고, 자기 진영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내정했다. 이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장악의 시나리오를 짜고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그런 이 전 수석을 다시 방통위원장으로 앉히려는 의도로 보인다. 

전 정권에서 임명한 KBS 사장 퇴임을 종용하고, 공영방송인 KBS를 친정부 성향 인사로 바꾸기 위해 이번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수신료 분리징수’다.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데 수신료 수입까지 줄어들면 KBS는 그야말로 풍전등화 위기에 몰린다. 결국 김의철 KBS 사장이 백기를 들었다. 

군부 독재 시절도 아니고, 개인 미디어가 기성 대형 매체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뉴미디어가 찬란하게 꽃 핀 지금, 방송통신과 언론장악이 아직도 통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구태이자, 역효과만 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시장자율경제’를 강조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 기업이 자율적으로 시장 경쟁을 통해 성장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어떤가. 민간 기업 KT를 비롯해 포스코 등은 여전히 그들에겐 공기업의 굴레를 벗지 못한 장악의 대상이다. 국민연금을 앞세워 기업과 시장에 개입하기 일쑤다.

기신정 불령이행(其身正 不令而行). '바르게 행하면 명령하지 않아도 따르게 된다'는 뜻으로, 공자 논어 자로 편에 나오는 말이다. 이치와 도리에 맞게 행하면 국민이 저절로 따른다. 

산업부장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