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 비교·추천 허용되는 車보험···업계 판도 바뀌나
온라인서 비교·추천 허용되는 車보험···업계 판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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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연말부터 보험 상품 한눈에 비교 가능
"중소사 경쟁 발판" vs "서비스 우위 무시 못해"
경포대 주변 도로. (사진=연합뉴스)
경포대 주변 도로.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삼성·현대·DB·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 위주로 흘러가던 자동차보험 시장에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 이르면 연말부터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이 나올 예정인 만큼, 보험사들의 가격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선 보험 비교 플랫폼이 자동차보험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놓고 관측이 분분하다. 영업망 부족으로 고전했던 중소형 보험사들이 대형 업체와 경쟁할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시장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 반면, 가격 경쟁만으론 지각변동이 이뤄지긴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車보험 85% 삼킨 4대 손보사, 중소형사 반격 시작되나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 시범운영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시범운영 방안이 확정됨에 따라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과 보험사의 상품개발, 전산 시스템 구축 등 준비 과정을 거쳐 이르면 올해 말부터 플랫폼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은 이용자가 보험 상품의 보험료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해주고,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구조다. 특히 당국은 그간의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보험도 플랫폼 취급 가능한 상품범위에 포함시켰다. 실손보험, 단기보험, 저축성보험 등과 함께 일상생활과 밀접한 보험이라는 이유에서다.

손보사의 핵심사업 영역 중 하나인 자동차보험이 허용되면서 업계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인지도가 높은 대형 손보사 상품을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플랫폼을 통해 가격 비교 등이 수월해지면 이런 판도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보험 시장은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점유율 양극화가 뚜렷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현대·DB·KB손해보험 등 대형사의 시장 점유율은 84.9%로 과점 구조가 심화한 반면, 중소형사(메리츠·한화·롯데·엠지·흥국)는 1년 전보다 점유율이 0.5%포인트(p) 감소한 8.9%를 기록했다.

◇판도 지각변동은 '글쎄'···"보상인력 등 규모의 경제 필요"

중소형사 사이에선 이를 계기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영업망 확대로 대형사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된 일부 중소형사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손해율 개선으로 자동차보험의 흑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회사별로 자동차보험 확대 전략을 꾀할 공산도 크다. 당국 역시 플랫폼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소형 보험사 상품의 판매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여러 부차적인 요인을 고려했을 때 보험 비교 플랫폼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자동차보험이 비교적 보장 내용이 단순하다지만, 보상인력 및 전산인프라 구축 등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데다 서비스 질이 중요한 만큼 대형사가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국이 자동차보험을 너무 단순하게 본 측면이 있다"면서 "자동차보험을 확대하려는 중소형사들이 앞다퉈 가격을 낮추면 단기적으로는 돈을 아끼려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할 수 있겠지만, 서비스의 질은 대형사와 차이가 크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판도가 크게 달라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료 상승·불완전판매 우려 '쑥'···업계 반발도 커져

판도에 미칠 영향과는 별개로 플랫폼 출시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보험료가 오를 것이란 우려는 한층 커진 모습이다. 당국은 플랫폼의 비교추천 수수료가 보험료로 전가되는 경우를 막고자 이번에 수수료 한도를 설정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회사가 플랫폼에 내야 하는 수수료를 보험료의 4%대로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플랫폼을 한 번 거치는 중간다리가 하나 더 생기면 수수료가 보험료에 녹아들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CM(다이렉트) 채널에는 들어가지 않는 수수료가 들어갈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이 이뤄지면 향후 손해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편리해질 수는 있겠지만, 보험료는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설계사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여기엔 보험 비교 플랫폼으로 인해 설계사들의 생계가 흔들릴 것이란 걱정도 깔려있는 눈치다. 오세중 보험영업인 노동조합 연대(보노련) 공동의장은 이날 온라인 플랫폼 비교·추천 서비스 철회 기자회견에서 "단군 가격비교로 상품의 충분한 이해 없이 보험에 가입하게 될 수 있는데, 이는 불완전판매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보노련 측은 보험 비교 플랫폼에 설계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 핀테크의 보험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한 투쟁을 이어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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