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보고서] 환율 폭등에 은행권 자본비율 폭락···증권·보험, 유동성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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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9개월 간 251원 폭등···13년 만에 최고치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거래 정보가 담긴 모니터를 신중하게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거래 정보가 담긴 모니터를 신중하게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올 한해 원·달러 환율이 폭등한 결과 국내 금융권에 막대한 충격이 발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은행권은 자본비율이 폭락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고, 증권·보험 등 비은행권의 경우 외화와 원화 유동성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11월 중 원·달러 환율이 1997년 12월 자유변동환율제도 도입 이후 상위 5%에 달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종가기준으로 지난해 말(12월 30일) 1188.8원에서 올해 9월 28일 1439.9원까지 약 9개월 만에 251.1원이나 오르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상승세가 정점에 달한 9~11월(61거래일) 간 환율은 평균 1391.7원이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9월 28일 장중 144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장중 1488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듯 급격한 상승세가 금융시장 불안과 맞물리면서 환율 변동성과 여타 금융시장 가격변수간 상호 파급되는 영향도 심화됐다는 진단이다.

통상 환율이 상승할 경우 외화자산의 원화환산액 증가, 장외파생거래 추가증거금 납입 등을 통해 국내은행의 자본비율(BIS비율)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비율)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국내은행의 자본비율이 크게 악화됐다. 올해 3분기 국내은행의 총자본비율은 전분기 대비 0.59%포인트 하락했다. 이 중 환율 상승분(142원)에 따른 가격 감소 효과는 0.46%포인트, 외화표시 위험가중자산 감소 효과는 0.06%포인트로 추산된다.

특히 총자본비율이 하락세를 보인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환율 상승과 외화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는 국내은행의 총자본비율을 1.35%포인트 하락시켰다는 분석이다.

국내은행의 유동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9월 중 환율 폭등은 외국계은행에 대한 국내은행의 장외 외환파생상품 관련 추가증거금 납입을 확대시켰다. 이는 고유동성 자산 축소로 이어지면서, LCR 하락의 주재료로 작용했다.

실제 9월 중 증거금 추가 납입에 따른 고유동성자산 감소폭은 8개 은행 기준 5조4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LCR 비율을 8개 은행 평균 1.28%포인트 하락시켰다.

비은행금융기관의 경우 원화‧외화 유동성이 악화됐다. 통상 환율 상승은 보험사의 외화조달 차환리스크, 환헷지 비용을 상승시키고, 증권사 파생결합증권 및 외화RP의 증거금 추가 납입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3분기 환율 급등 국면에서 은행의 비은행권에 대한 스왑 순공급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99억달러 감소했다.

또한 보험사의 경우 올해 3분기말 환헷지 비용의 일부(25%, 50%)를 반영해 보면, 유동성비율이 각각 8.8%포인트, 16.6%포인트씩 하락했다.

증권사의 경우 해외주가지수 하락 및 환율 상승에 따른 파생결합증권 자체헷지 등의 손실 확대로 원화‧외화 유동성 부담이 가중됐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환율이 금융기관의 재무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며 "환율 변동성 확대가 국내 금융기관 및 시장의 유동성 부족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금융기관과 정책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책당국은 스트레스 상황이 위기 상황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자본비율 및 유동성비율 등을 경직적으로 관리하기보다, 환율 급변동시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기관은 외화 자산 및 부채 간 만기 및 유동성 불일치가 확대되지 않도록, 유동성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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