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조세회피처 투자 100억달러 넘어···대기업 비중 52%"
"작년 조세회피처 투자 100억달러 넘어···대기업 비중 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준현 의원 "역외탈세 방지대책 강화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케이맨제도·파나마·괌 등 이른바 조세회피처로 꼽히는 지역에 대한 국내 기업·개인 등의 직접투자가 지난해 1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세회피처 직접투자액의 절반 이상은 대기업들의 투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조세회피처 투자는 탈세, 탈루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역외 탈세에 대한 대책이 강화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이 한국수출입은행에서 받은 해외직접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조세회피처에 대한 직접 투자액은 112억1000만달러였다. 이는 전체 해외직접투자 금액(764억4600만달러)의 14.6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조세회피처는 개인이나 법인에 대한 세금을 매기지 않거나 세율이 매우 낮은 곳을 뜻한다. 이번 자료는 케이맨제도, 파나마, 괌, 오만, 피지등 2020년 2월 유럽연합(EU)이 조세회피처로 발표한 지역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코스타리카, 말레이시아, 필리핀, 우루과이 등 블랙리스트 국가 및 홍콩, 라이베리아 등 소득에 대해 극히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국가까지 포함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DC) 기준으로 할 경우 조세회피처 직접투자액은 훨씬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세회피처에 대한 직접투자 금액은 2012년 18억1200만달러에서 2016년 47억3800만달러, 2019년 86억7100만달러 등으로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왔다.

전체 해외직접투자 대비 조세회피처 투자 비율도 2012년 6.10%에서 2016년 11.65%, 2019년 13.32% 등으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조세회피처 투자 중 상호출자제한기업 등 대기업의 투자액은 58억1100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조세회피처 직접투자액의 절반 이상(51.8%)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기업 투자액은 대부분 케이맨 제도(57억9천400만달러)로 송금됐다. 이어 중소기업 투자액은 21억1500만달러(18.9%)에 달했다. 개인은 4800만달러(0.4%)였다.

국내에서 조세회피처로의 송금도 늘었다.

강 의원이 받은 한국은행의 '조세회피처 송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케이맨제도·버뮤다·바하마 등 조세회피처로의 송금액은 지난해 263억5000만달러로 전년(204억1천만달러)보다 29.1% 증가했다.

다만, 조세회피처로의 투자나 송금 자체가 모두 탈세를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조세회피처로의 투자가 탈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관련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세청의 역외탈세 세무조사 실적을 보면 부과세액이 2012년 8258억원에서 2016년 1조307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어 지난해까지 5년간 1조3000억원 내외를 기록하는 등 역외탈세가 고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감안하면, 조세회피처 투자 자체가 늘어나는만큼 역외 탈세 관련 범죄도 비례해 증가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금액은 8364억원으로 전년(3천999억원)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국세청은 역외 자산 양성화를 위해 해외금융계좌 잔액 합계액이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5억원을 초과한 경우 계좌 정보를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용중이다. 해외금융계좌는 국외 소재 해외금융회사에 금융거래를 위해 개설한 계좌로, 보유한 현금·주식·채권·집합투자증권·파생상품 등이 모두 신고대상에 포함된다. 미신고 시 금액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강 의원은 "조세회피처에 대한 투자 및 송금 확대는 국내 자본의 해외유출 측면과 더불어 탈세, 탈루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세청은 관계기관과 정보 교류를 확대하고 미신고 해외금융계좌를 파악하는 등 역외탈세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