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 IT 투자 외면하는 까닭?
외국계 은행, IT 투자 외면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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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시스템 일괄 적용…IT 눈높이 낮아
씨티은행 본사 30년째 ‘메인프레임’ 고수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지난 20일 SC제일은행에서 계좌조회 오류 사고가 일어난 이래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의 전산IT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에 비해 IT시스템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잦은 오류와 사고로 인해 고객들의 빈축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의 지침(?)
지난 11일 인터넷금융서비스 평가 기관인 스톡피아가 발표한 17개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 서비스 평가 결과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각각 8, 9위에 머물렀으며, HSBC는 최하위인 17위를 기록했다. 이들 은행들이 전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있는 금융기관임을 감안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순위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외국계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전산IT 투자를 경원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톡피아의 김성훈 이사는 “외국계 은행들의 경우 본사의 시스템 수준을 각 지점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국내 지점에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어도 본사 가이드 라인에서 벗어나면 안되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씨티은행의 본사는 메인프레임을 30년째 고수하고 있으며, 차세대 시스템 구축과 같은 대규모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HSBC 또한 자사가 주력하고 있는 ‘다이렉트 뱅킹’의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예금 상품 판매 이외의 기능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의 홈페이지는 대부분 텍스트 위주의 단순 기능만을 조합해 놓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IT에 대한 투자나 기대치가 훨씬 높다. 차세대시스템을 구축 중인 보험사의 IT기획팀 팀장은 “외국에서는 현업에서 요구를 할 경우, 개발자들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업무만을 진행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업에서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개발자가 반드시 이를 받아들여 IT시스템을 구현시켜야 하는 압박이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상대적으로 개발자에게 주어지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IT시스템의 질은 훨씬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변화의 조짐
“대규모 차세대 시스템의 구축은 한국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다. 정작 외국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시스템 구축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는 국내 고객들의 IT 기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벤더들의 부추김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견IT서비스업체 금융영업팀장의 말이다.

이처럼 차세대 시스템의 구축은 수백억원 단위의 돈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지만, 정작 들이는 돈에 비해 그 효과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곤 한다.

하지만 이들 또한 공감하는 부분은 우리나라 IT수준이 외국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 고객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을 이룬다.

일단 외국계 은행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다. SC제일은행은 현재명 부행장이 연임되면서 차세대시스템 투자가 올 하반기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노조 측이 사측에 IT시스템 투자를 늘릴 것을 계속해서 요구해왔는데 드디어 그 결실을 보게 되는 셈이다.

국내 시중은행의 차세대시스템팀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도 언제까지 IT투자를 등한시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대규모 차세대 시스템 구축 보다는 점진적인 서버 증설 혹은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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