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주거비, 물가 반영 신중한 검토 필요"
한은 "주거비, 물가 반영 신중한 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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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비 물가 반영, 생계비 대표성·현실성 위해 필요"
한은 "방법 상이하고 편차 커···자료 수집의 어려움도"
주택들이 모여있는 서울 시내 전경 (사진=김현경 기자)
주택들이 모여있는 서울 시내 전경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주요국 집값 상승세가 무섭게 치솟는 가운데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에 반영하기로 하면서 자가주거비 이슈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 주거비용이 생계비 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현실 적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방법이 상이하고, 현실적인 제약 또한 분명한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자가주거비 반영을 위해선 더욱 폭넓은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28일 발표한 'BOK이슈노트'에 실린 '자가주거비와 소비자물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최근 세계 주요국 집값의 오름세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주택가격에 대한 통화정책적 고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집값 상승폭이 높은 뉴질랜드의 정부는 중앙은행 책무 중 주요 고려요인에 통화정책 운용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했다. 또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집값 상승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명시하기도 했다.

ECB에서도 향후 자가주거비를 유로지역 소비자물가지수(HICP)에 반영하기로 하면서 국내에서도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에 반영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자가주거비란 자가주택이 제공하는 주거서비스의 가격이다. 눈에 보이는 전·월세 이외에도 직접 지불하지는 않지만 주거서비스에 대한 편익을 누리는 데 사용되는 가격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집을 임차하는 데 쓴 돈을 가지고 일부 투자로 활용했을 때의 기회비용, 돈을 임차했다면 차입자금에 대한 이자비용, 세금 등이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물가 주 지표에선 자가주거비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한은은 물가 괴리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자가주거비의 소비자물가 내 반영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제약 요인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먼저 반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에선 가계 소비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거비를 충분히 반영함으로써, 소비자물가의 대표성과 현실 적합도를 제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거비 부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지표물가와 체감물가 간 차이로 인해 정책당국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고, 특히 최근과 같은 집값 상승 시기엔 간극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가주거비 추정에는 △임대료 상당액 △사용자비용 △순취득 등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이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건 미국, 일본, 영국, 스위스 등에서 쓰고 있는 임대료 상당액이다. 임대료 상당액 추정방법은 자가주택 임대 시에 획득 가능한 임대료 수익을 자가 거주에 따른 기회비용으로 추정하며, 차입자금 이자비용, 자기자본 기회비용, 감가상각비, 세금 등이 해당된다. 국내에서도 임대료 상당액이 자가주거비 측정에 적합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제약요인도 적지 않다. 추정 방법에 따라 자가주거비 추정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추정에 필요한 기초자료도 시기적절하게 입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익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장은 "실제로 나가는 돈도 아니고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정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여러 추정 방법이 존재하는 데다, 방법론 간 차이도 꽤 크게 나타난다"며 "추정을 하더라도 기초 자료가 필요한데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에 맞춰 자료를 수집하기도 어렵고, 반영이 된다고 하더라도 물가 변동성을 키우는 위험 요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앙은행에서 금리를 올리려고 할 땐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자가주거비가 물가에 반영된다면 금리 인상이 되레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등 상반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어려움도 있다"면서 "스웨덴의 경우 차입자금 이자비용을 시장금리로 바로 반영하지 않고 활용하기도 하지만, 금리 차를 보정한다는 것에서 문제도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은도 조심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팀장은 "자가주거비 문제라고 하는 것이 소비자물가지수 작성과 관련해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라면서 "자가주거비 측정을 위한 설문도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으며, 소비자물가도 자가주거비가 반영에 따라 너무 휘둘려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약 요인을 분명히 극복할 수 있는 추정 방법이 나온다면 이를 활용하겠지만, 소비자물가는 인플레이션 지표일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지급액, 최저임금 결정 등 다른 국가정책의 준거로도 활용된다"면서 "결국 자가주거비의 소비자 물가 반영 여부는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종합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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