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달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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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원/달러 환율이 하루만에 4.50원이나 오른 933.40원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도 109.45엔으로 마감됐다. 모두가 달러 약세 때문이다. 추수감사절 휴가로 미국 내 금융시장이 하루 휴장하는 사이에도 달러화의 약세는 쉼 없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달러화의 위력 감소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예상되고 또 진행돼온 일이다. 그러나 이번의 약화 추세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좀 더 많은 위험이 내포된 듯 보인다.
글로벌 금융은 이제까지 미국의 달러화를 지탱시켜주는 주요 요소였다. 쌍둥이 적자니 트리플 적자니 하는 부실한 미국의 국가경제 구조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을 세계의 중심축이 되게 했던 게 미국이 가장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타가 공인해온 글로벌 금융이었다.
그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고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과 같은 미국 내 요인이 아니어도 달러 약세가 불가피해졌다. 실상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문제 같은 것은 부동산시장이 자주 끓어오르며 전국적인 소동을 일으키는 우리와 달리 미국으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사태여서 더 당황하는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민간금융에 대한 신뢰와 의존성이 높은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이번엔 스스로에게 재앙을 부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수습에 적어도 몇 년의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어떻든 달러 약세에 반사적으로 엔화 강세가 나타난다. 그에 따라 엔캐리 청산에도 가속이 붙는다. 덩달아 유로화도 요동친다. 위안화의 유연성 확대와 환율제도 개선 가능성이 언급된 중국 위안화는 지난주 내내 연일 상승세를 보였다.
가장 예민한 각국의 증권시장이 외환시장 불안정에 줄줄이 하락으로 반응하고 있다. 지난주 국내 증시도 자고나면 머리털이 한 움큼씩 뭉텅뭉텅 빠져나가는 중증 환자처럼 주가가 연속 폭락하며 불과 며칠 만에 지수 10% 이상 하락이라는 재앙을 보였다. 물론 막판 반등이 있었다고는 하나 하락한 지수의 회복이 그리 쉽지는 않을 듯해 보인다. 오르락내리락 하기야 하겠지만 당분간의 추세는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충격을 추스르며 대외적 상황을 소화해내는 기간이 될 듯하다. 어차피 외생적 변수가 그리 만만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달러화의 지속적 약세는 기정사실이 된지 이미 오래다. 모든 시장이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비를 해나가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내적 조건도 갖추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달러화 추락의 속도가 문제다.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화 하락 추세가 소프트 랜딩으로 마무리되지 못하면 세계 경제가 치명타를 입을 것은 분명하다.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은 세계경제의 성장에 위험요소다. 따라서 환율의 급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는 ECB 총재의 언급도 이런 우려를 지적한 것이다.
그렇다고 세계 각국이 예전처럼 달러화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협력하기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미국이 경제 외적 요인을 만들어가며 강제적으로라도 협력하도록 상황을 만들어간다면 혹 모를까 이미 전 세계에 깔아놓은 자산이 많은 일본의 엔화나 성장궤도에 올라타고 고속질주 하는 중인 중국의 위안화, 유럽통합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 유럽의 유로화, 그 어느 하나도 인위적으로 달러 방어를 거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미 세계 시장의 추세가 그렇다면 우리도 마땅히 그에 맞춘 대비를 해야 한다. 특히 현재 보유중인 외화자산들을 어떻게 무리수를 두지 않으면서 다양화시킬 것인지 더 늦기 전에 많은 고민을 집중해야 할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자금들의 동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일본계 자금들은 비중이 크지 않지만 일본으로 자금 환류가 빠르게 이루어지며 오히려 일본 정부가 지속적인 엔화강세에 걱정을 늘어놓고 있다. 중국 위안화의 값은 나날이 치솟고 있고 당분간은 지속될 터이다. 국경과 시장 경계를 넘나드는 금융자본들의 이동은 불가피할 것이나 역시 속도가 문제다. 국내 투자자금들의 빠른 움직임에는 늘 촉각이 뻗쳐 있어야 할 일이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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