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신용파생상품 시장, “아직은 걸음마 단계”
(오프)신용파생상품 시장, “아직은 걸음마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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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위, 하반기중 신용파생상품시장 활성화방안 마련 
은행권, 환영분위기속 일각에선 "큰 관심없다" 반응도


금감위가 파생상품시장 육성 방안의 일환으로 신용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이달 초 밝힌 가운데, 국내 은행들은 국내 신용파생상품시장이 이제 걸음마 단계 수준일 뿐이라며 대부분 은행들이 관심은 갖고 있지만 시장의 인식이나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상태라 단기간 내 활성화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은행들 중에도 자체적으로 신용파생상품 전담반을 구성해 내부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곳이 있는가하면, 아직 구체적인 계획 마련이나 특별한 준비는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지난해 JP모건과 국내 최초로 원화표시 신용스왑(CDS) 거래 계약을 보장매입자로서 체결해 (주)SK의 신용위험을 이전시킨 산업은행마저도 그 후로는 추가적인 신용파생상품 거래가 없는 상황이다.
산업은행 신용파생팀 김도만 팀장은 국내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시장 측면에서 국내금융기관들의 인식이나 준비가 아직 미비한 점이고, 둘째는 제도적인 부분으로, 각종 신용파생상품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이 제한돼 있고 감독 기준 마련이 미비한 점이다.
현재 신용파생상품은 여신거래로 취급돼 지급보증으로 처리되는 것이 대표적인 제도적 제약이다. 지급보증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현재 CDS거래가 가능한 기관은 은행뿐이라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 법적으로 증권·보험사는 지급보증을 할 수 없게 돼있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적 제약은 감독당국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금감위의 이번 계획에서도 지급보증으로 처리하는 부분을 파생상품으로 처리하도록 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할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는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이라 감독당국에서도 아직 명확한 계획은 세우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제도적 제약에 대해서는 올 하반기 감독당국에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하고 보완·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은행권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시장 자체적인 인식과 준비의 부분이다.
파생상품 중에서도 우리에게 특히나 생소한 신용파생상품은 국제시장에서도 ‵98년부터 ‵06년까지 57.7배가 성장할 만큼 근래 들어 급격히 성장했다.
‵06년 말 국내 신용파생상품 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거래잔액은 4.3조원으로 국내 다른 파생상품잔액의 0.16%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한 국내은행들의 보장매입규모는 4천억원으로 외국계은행(국내법인이 아닌 외국계은행 본점) 보장매입규모의 10.2% 수준이다. 이는 국내 은행들이 주로 투자하는 차원에서 외국계은행들이 내놓은 담보부증권(CDO)이나 신용연계채권(CLN)을 구입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장 매입한 국내 은행은 메릴린치, UBS와 총 2,800억원 규모로 거래한 신한은행, JP모건과 100억원 규모로 거래한 산업은행, SPC(Special Paper Company)와 800억원 규모로 거래한 기업은행 정도다. 이중 원화표시 거래는 산업은행 뿐이다.
그만큼 국내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미흡하다는 일례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관계자는 “국내은행들이 신용파생상품에 대해 관심은 많은 상태지만 신용파생상품 시장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복잡하다”며 “시장이 자리를 잡으려면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선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면 은행들의 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을 따라가라면 시스템과 인력 면에서 은행 내부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일단 당국의 행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심지어 당국의 이번 방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없는 시중은행도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2009년 1월부터 시행되는 등의 이유로 새로운 분야에 대한 다양한 수요나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국내금융회사 간에는 물론 선진 외국계금융회사와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치밀한 사전계획 없이는 시장 활성화로 인한 이점보다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는 게 금융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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