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보팅 대신 전자투표?…상장사 "미봉책 불과"
섀도보팅 대신 전자투표?…상장사 "미봉책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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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정족수 완화·3% 룰 폐지 급선무"

[서울파이낸스 정수지 기자] 섀도보팅(shadow voting)이 이달 말 폐지되면서 당장 내년 초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는 상장사들의 발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당국은 전자투표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활성화에 나섰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섀도보팅은 주총에 불참하는 주주의 의결권을 한국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주총 참석 주주의 찬성과 반대 비율을 그대로 적용해 의결한다. 의결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열리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991년 도입됐다.

2014년 말 폐지될 예정였으나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저조하다는 이유로 3년간 일몰이 연장됐다. 대신 금융당국은 상장기업에 전자투표 서비스를 도입하고 모든 주주에게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도록 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12월 결산 상장법인 가운데 올해 정기 주총 때 전자투표를 행사한 비율은 주식 수 기준으로 1%대에 불과했다. 3년의 유예 기간에도 주주의 의결권 참여는 여전히 저조한 상태다.

상장사들은 섀도보팅 폐지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년부터는 상법상 주총 개최를 위해 최소한 발행주식 총수의 25% 주주들이 참석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섀도보팅을 연장할 수 없다면 현행 상법상 '3% 룰'이라도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3% 룰은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규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감사위원를 선임해야 하는 회사는 436곳, 전체 상장사의 23.3% 달한다. 감사 선임을 못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고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면 한국거래소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국회에서도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몇몇 법안들이 추진됐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주총 의사정족수 부활과 출석주식 수 기준 결의를 골자로 하는 상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섀도보팅 폐지 시점을 전자증권제도 시행 때까지 연장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으나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발전과 소액주주의 권리를 위해 섀도보팅 재연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금융위원회 김용원 부위원장은 "섀도보팅은 기업 주주와 주총에 대한 안일한 태도를 지속시키는 문제가 있다"며 "도입 당시와 비교해 현격히 달라진 우리나라 경제 규모와 자본시장 성숙도를 고려하면 더이상은 유지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주총 무산으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는 등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상장법인의 피해를 덜기 위해 페널티 조항을 유예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주주들이 주총장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일정 비율 이상의 주주에게 의결권 위임을 독촉한 상장사만 해당한다. 지난 10월 말 기준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상장기업은 1197곳으로 전체 상장사(2018곳)의 59.3%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방안이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경우 개인투자자가 대부분인데다 이들은 장기투자가 아닌 '단타(단기매매)' 목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코스닥시장 상장사 소액주주의 평균 주식 보유기간은 2년2개월, 유가증권시장은 4년9개월 수준이다.

특히 전자투표제는 찬·반 또는 기권 투표 외 질의와 답변, 토론 등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또, 사전에 이뤄진 전자투표는 주총 진행 중 의안에 대한 수정제안이 불가능하고 고령층 주주들의 접근성, 중소기업들의 수수료 부담 등도 해결해야할 문제로 꼽힌다.

상장사 관계자는 "의사정족수 요건을 완화하고 3% 룰을 폐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소액주주가 빈번히 바뀌는 코스닥시장 중소형 기업들의 경우 전자투표제를 활용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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