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드는 카드사發 '금융대란'
다시 고개드는 카드사發 '금융대란'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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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기관들 만기연장에 난색, 옥석 기준없어 투매 우려

7월 이후로 미루어졌던 카드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7일에 이어 20일 카드업계는 연달아 투신권과 은행권 관계자들을 만나 7월 이후 만기도래하는 23조3천412억원의 카드채 연장 협의에 나섰지만 은행 보험 등 카드채 보유 금융기관들이 모두 난색을 표명, 소득을 얻지 못했다. 따라서 정부 지원이 6월로 끝나 7월부터는 각 카드사 자체적으로 유동성 문제를 풀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연체율이 급증한데다 경기 불안까지 겹쳐 카드채 보유 금융기관들은 한결같이 카드채 만기 연장에 부정적이다. 이들 카드채 보유 금융기관들은 연체율 상승 등 카드사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만기연장을 해줄 명분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카드업계의 유동성 문제가 전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인 만큼 옥석 구분을 통해 개별적 환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단서를 달긴 했으나 “카드채가 부실화되기 전에 원리금 보전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카드채 상환에 적극 나설 방침임을 분명히 밝혔다.

따라서 7월 이후 금융기관들의 카드채 상환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카드사는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시장 원리를 강조하면서 카드업계에 더 이상의 추가 지원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어 카드업계는 유동성 위기라는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한층 커졌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이 카드사의 옥석을 구분할 기준이 없어 그나마 유동성이 충분한 일부 카드사마저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한 두 개 카드사가 부도날 것을 전제로 경영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지만 이 충격이 다른 카드사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기관의 카드채 투매가 특정 카드사 중심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카드업계 전체로 향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회계정보에 대한 불신과 카드사 관련 경영정보의 부족 등으로 카드채를 무조건 내다 파는 투매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에 대한 분식회계 의혹과 이에 따른 카드업계의 정보 불투명성에 대한 금융기관의 의구심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현재 카드업계는 업계 내부에서조차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될 만큼 경영수치의 부정확성 등 정보 불투명성 때문에 시장의 불신을 사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카드업계 전체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시각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금감원이 지난해 카드업계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제도를 도입하면서도 한번도 경영실태 평가에 나선 적이 없어 카드업계의 경영 정보가 적절한 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현재 금감원이 발표하는 카드업계의 경영정보 수치는 각 카드사에게 보내온 데이터를 단순 취합, 발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감원이 시장의 옥석 구별을 위해 내달부터 각 카드사의 경영정보를 공시한다고 밝히자 일부 카드사들은 분식회계 의혹이 있는 카드사의 경영수치를 정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형편이다.

금융기관의 카드채 투매현상이 특정 카드사에 집중되기보다는 카드업계 전체로 향할 경우 카드업계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휘말려 카드사발 금융대란이 터질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금융기관들은 현재 카드사별 연체율과 하반기 만기 카드채 규모를 옥석을 가릴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각 카드채의 환금성 여부와 카드사의 대주주가 누구냐는 막연한 심리적 요인이 카드사의 생사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가장 피해의식이 큰 외환카드의 경우 억울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실제 외환카드는 대주주가 외환은행인데 외환은행이 어려움을 겪다 보니 암암리에 퇴출 0순위 카드사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정반대다.

한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외환카드의 경우 유동성 대책이 매우 잘 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내성이 뛰어난 회사”로 평가했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외환은행이 있는 데다 가장 보수적인 영업을 해와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정보투명성 측면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회사”로 평가했다.

외환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유동성 대책을 세워왔으며 만약 금감원이 비교공시를 할 계획이라면 공정하게 비교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카드산업 구조조정을 전제로 자율적 해결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불투명한 정보로 인해 카드산업 구조조정이 왜곡될 우려도 있는데다 금융기관들의 무차별적 카드채 투매로 카드사발 금융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존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그 책임을 카드업계에만 물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개별 카드사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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