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옥죄자 '중도금 무이자' 단지 인기 '쑥'
대출 옥죄자 '중도금 무이자' 단지 인기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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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도금 무이자 단지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마련된 한 아파트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출 까다로운 서울에도 금융혜택 단지 등장···'착시효과' 있을 수 있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가 대출을 옥죄고 있는 데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내세운 단지들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는 분양가의 50~60%에 해당하는 중도금의 이자를 건설사가 대신 부담하는 방식으로, 계약자는 입주 때까지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다.

중도금을 무이자로 대출받으면 사실상 분양가를 할인받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수요자들 사이에서 중도금 무이자 단지는 그야말로 '귀하신 몸'으로 통하는 분위기다.

24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현대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는 지난 15~16일 진행한 1·2순위 청약접수에서 1325가구 모집에 9608명이 몰리며, 평균 7.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3.3㎡당 평균 1605만원으로, 인근 아파트의 평균 매매시세(3.3㎡당 632만원)보다 비싸게 책정되면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지만, 한 타입을 제외하곤 모두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분양 관계자는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적용되면서부터 이 단지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전체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을 무이자로 빌릴 수 있다는 점이 실수요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 분양 관계자는 "단지에 적용된 특화설계도 인기였지만, 자금부담을 줄인 중도금 무이자 금융혜택에 수요자들이 대거 몰려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단지뿐 아니라 최근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내건 다른 단지들의 인기도 '쑥' 높아졌다.

지난 7일 청약 접수를 받은 '힐스테이트 연제'는 1018가구 모집에 2만3120명이 몰리면서 평균 22.71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서면 아이파크'는 지난 10일 1순위 청약 접수에서 869가구 모집에 2만7177명이 접수, 평균 경쟁률이 31.27대 1까지 치솟았다.

사실 분양시장에 활기가 넘쳤던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중도금 대출을 무이자로 빌려주겠다는 단지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달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중도금 대출 보증 비율을 80%로 낮추면서 중도금 무이자 단지의 희소성이 높아지자, '조급함'을 느낀 수요자들이 더욱 몰려들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인기는 서울 분양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굳이 금융혜택을 제공하지 않았지만, 최근엔 수요자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한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 최근 분양을 마친 '고덕 아르테온'은 분양가가 10억원이 넘는 주택형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중도금 비중을 30%로 낮추고, 잔금을 60%까지 높였으며, '신반포센트럴자이'는 시공사인 GS건설이 분양가의 40%까지 중도금 대출을 알선해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는 대출을 받는 것이 매우 까다로워진 데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최대치인 분양가 4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건설사들이 수요자의 심리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금융혜택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혜택이 적용된 단지는 수요자의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청약을 부추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도금 무이자 혜택에 현혹되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건설사들이 수요자를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내놓은 마케팅 전략일 뿐, 건설사가 부담키로 한 이자가 결국 분양가에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건설사들이 대납하기로 한 이자가 분양가에 선반영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럴 경우 중도금 무이자를 통해 분양가를 할인받는 듯한 느낌은 '착시효과'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변 시세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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