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채무조정] 산은, 국민연금 '수정안' 거부…'P 플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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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행장 "1개월 전부터 준비 작업…법원과 큰 방향 공감대"

[서울파이낸스 정초원 기자] KDB산업은행이 10일 추가 감자 등 국민연금의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 수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DB산업은행이 "더 이상의 양보는 어렵다"는 뜻을 밝히며 추가 협상의 여지를 차단함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P플랜(프리패키지드플랜) 돌입이 유력시되고 있다.

◇산은 "더 이상 양보 여지 없다"

이날 오전 개최한 기관투자자 대상 설명회에는 30개 기관 5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직접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 방안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기관투자자의 이해를 높이려는 취지로 열렸다.

오후에는 정용석 KDB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이 기관투자자 설명회를 바탕으로 언론 대상 브리핑을 열고 "회사채 투자자가 대주주 책임론을 거론하며 요구한 KDB산업은행의 추가 감자와 우선상환 요구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더 이상 양보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전날 국민연금은 KDB산업은행과 만나 △KDB산업은행의 추가 감자 △출자전환 가격 조정 △4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우선 상환 △만기 유예 회사채 상환 보증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KDB산업은행은 이같은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이날 오전 국민연금 측에 전달한 상태다.

정 부행장은 우선 국민연금의 추가 감자 요구에 대해 "주주책임 이행을 위해 이미 6000만주를 무상소각하고 4000억원의 유상증자분을 10대 1 비율로 감자했다"며 "대주주 책임에 따라 감자 등을 차고 넘칠정도로 한 상태라, 더 이상의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정상화 과정에서 여타 기업에 비해 가혹한 대주주의 책임을 이행하기로 했다는 게 KDB산업은행의 입장이다.

또한 "21일 만기 도래하는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회사가 우선 상환한 뒤 채무조정안을 다시 논의해 보겠다는 게 (국민연금 등 투자자의) 최종적인 입장"이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자금이 (대우조선해양에) 없다"고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채권자들이 선수금환급보증(RG)를 포함한 총여신 대비 출자전환 비율이 국책은행 9.4%, 시중은행 20.8%, 사채권자 50%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부행장은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생긴 오해로, RG는 출자전환 대상도 아니고 할 방법도 없다"라며 "부분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으로, 이번 설명회를 통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RG는 현실화되지 않은 '미확정 보증'으로, 출자전환 대상 채권이 아니어서 기술적으로도 출자전환이 불가능하다. RG콜 발생에 따라 확정 채권으로 전환될 때도 여타 무담보채권과 동일한 기준에 따라 출자전환이 이뤄지는데, 이는 채권은행 합의문에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출자전환을 위한 신주 발행가격을 주당 4만350원으로 책정한 것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에 의해 산정된 가격으로, 이해관계자의 손실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부행장은 "투자 대비 차익 향유를 위한 경제적인 투자 관점에서의 접근은 이번 채무조정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미 대우조선해양은 부실화 상태의 기업으로, 회사 정상화를 통한 이해관계자의 손실 분담 차원에서 출자전환을 하는 것이지 정상적인 기업에 대한 투자로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만기 유예 회사채의 상환을 국책은행이 보증해달라는 요구와 관련해서는 "현실적으로 국민정서를 생각해도 고려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채권자다. 사채권자 입장에서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모든 경제적 어려움을 KDB산업은행에 부담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채권자들이 과거 STX조선해양의 경우처럼 회사채 채무재조정 이후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나친 기우"라고 일축했다. 정 부행장은 "STX조선과 대우조선해양은 사이즈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유력해진 'P플랜'…"채무조정 불발시 21일께 가동"

다만 이날 국책은행들은 수출입은행의 영구채 금리를 1%로 인하하고, 만기 유예 회사채를 우선 상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크레딧 라인(한도대출)'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할 계획인데, 회사에 잉여 현금이 생기면 대출금이 아니라 회사채 상환에 우선적으로 투입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채 상환을 국책은행이 보증해주지는 않겠지만, 일종의 '우선권'을 주겠다는 뜻이다.

KDB산업은행이 이 밖의 협상 여지를 차단한 만큼, 채무재조정의 성공 여부는 다시 국민연금의 결정에 맡겨졌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오는 17~18일 열리는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안이 부결되면 21일 전후로 P플랜을 가동할 계획이다. 정 부행장은 "국민연금 측에서 17일 전에 연락이 오면 협의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국민연금 쪽의 의사결정 일정은 (채권단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P플랜이 현실화되는 것에 대해 정 부행장은 "1개월 전부터 P플랜 절차에 필요한 작업을 진행해 회생계획안이 90%가량 나왔다"며 "채권단과 금융당국, 법원이 지난 3월 회생법원 출범 이후에 TF(테스크포스)를 가동하며 P플랜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큰 방향에 대해서는 법원과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P플랜에 따른 RG콜 가능성에 대해서는 "소난골, 시드릴 등 대략 8척 정도가 RG콜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발주사가 선박 계약을 취소할지는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또 P플랜에 갈 경우 시중은행이 선수금환금보증(RG)을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P플랜시에도 시중은행의 RG 동참을 요구하겠지만, 법정관리 때 시중은행이 이견을 보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추가적으로 합의할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KDB산업은행이 공개한 삼성KPMG의 대우조선해양 실사결과를 보면, 대우조선해양의 현금이 오는 2020년 2조1272억원이 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 결과는 수주 규모 전망을 기존보다 60∼80%로 낮추고, 소난골과 시드릴 등 드릴십 인도와 자산 매각이 각각 1년 지연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나왔다.

이번 구조조정 추진에 따라 회사채·CP 50%(1조5000억원)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3년 만기를 유예한 뒤 3년 분할 상환하면,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부터 3년간 매년 2500억원씩을 사채권자에게 상환해야 한다.

KDB산업은행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2019년부터는 대우조선해양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상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 들어가면 회수율이 10%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청산시 회사채·CP 투자자들이 회수할 투자금은 전체의 6.6%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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