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대한항공 4500억원 유상증자에 목표가 줄하향
증권사들, 대한항공 4500억원 유상증자에 목표가 줄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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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증권사들이 4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대한항공에 대해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고 나섰다. 당장 대규모 유상증자로 최대 1300%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부채비율을 낮출 수는 있겠지만, 주당 가치 희석과 유동성 리스크 잔존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어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증권(2만2000원), 하이투자증권(3만2000원), 하나금융투자(3만8000원), 대신증권(3만2000원), 메리츠종금증권(2만3000원) 등 대다수 증권사들이 대한항공에 대한 목표주가를 20% 가량 줄줄이 하향조정했다.

이 가운데 하나금융투자는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기존 5만4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무려 29.6% 하향 조정했다. 대신증권은 23.8%나 줄어든 3만2000원을 목표주가로 잡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전날 대한항공의 주가 2만7400보다 16% 빠진 2만3000원을 적정주가로 제시했다.

지난 5일 대한항공은 이사회에서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지난 2015년 1월 5000억원 유상증자 이후 두번째로 큰 규모다. 새로 발행하는 주식 수는 2200만4890주로, 이에 따라 전체 발행 주식 수는 기존 7395만538주에서 9595만5428주로 증가한다. 주당 발행 가격은 2만450원이며 최종 발행가액은 다음달 28일 확정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유상증자를 지난해 4분기말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발생한 외화환산손실 약 9000억원(전망치)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달러 강세로 인한 외화환산손실로 부채비율이 무려 1300%까지 상승할 수 있어, 회사채 조기 상환 기준인 10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대한항공은 지난해 항공업황 개선으로 약 1조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법정관리에 들어간 자회사 한진해운의 손상차손 등의 영향으로 5000억원대 순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발행한 공모 회사채 잔액 1조4200억원 중 총 8700억원에 연결기준 부채비율 1000% 유지조건이 있다"며 "그러나 지속된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3분기말 1101.4원에서 4분기말 1207.8원까지 상승하면서, 회사도 그에 따른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도 "최근 신용등급 하락(BBB+ → BBB)으로 대한항공의 자금 조달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를 통해 수혈받은 자금으로 부채비율이 780%대로 낮아지는 한편, 조달금리도 하락해 연간 이자비용 200억원 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주식 수 증가에 따른 주가 희석과 여전한 유동성 리스크 우려가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신민석 연구원은 "지난 2015년 1월6일 유상증자를 단행한 후, 바로 다음날인 7일 주가는 BPS 희석분(4%)과 유사한 수준의 하락폭(-4.7%)을 나타냈다"며 "지난해 유상증자로 인한 BPS 희석은 약 8%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김영호 연구원은 "올해 항공업황이 유가, 환율, 금리 상승의 3중고로 지난해와 비교해 더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한항공은 글로벌 peer 대비 부채비율이 높고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 되었다고 예단 하기도 어려워 디스카운트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항공은 전 거래일 대비 2.19%(600원) 떨어진 2만6800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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