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트럼프 쇼크, 이머징 마켓 '트리플 악재'…파장 얼마나?
[초점] 트럼프 쇼크, 이머징 마켓 '트리플 악재'…파장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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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대선 영향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다 코스피는 45포인트 하락한 1958.38로 원·달러 환율은 14.5원 오른 1,149.5원으로 장을 마감한 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 '브렉시트' 이후 최고 수준
환율·주식·채권 '직격탄'…美 통화정책 변화 '주시'

[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선 승리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수준까지 '공포지수'가 치솟은 것이 그 방증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돼 당분간 위험자산 회피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전 거래일 대비 16.59% 급등한 19.26에 장을 마쳤다. 브렉시트 여파로 시장이 뒤흔들린 지난 6월27일(19.47)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날 VKOSPI는 장중 40% 이상 오른 23.24를 터치해 투자자들의 '패닉상태'를 그대로 반영했다. 통상적으로 VKOSPI는 코스피가 급락할 때, 반대로 급등하는 성향이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포지수'로 불린다.

공포지수 상승은 그간 당선이 유력시 됐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꺽고 트럼프가 대통령에 오르는 이변이 실제로 일어나면서 '블랙스완(발생 가능성이 상당히 낮지만 실제로 나타날 경우 엄청난 충격을 가져오는 사건)'급 악재가 시장을 강타한 데 따른 것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정책 불확실성 심화 등으로 이어져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심리가 커질 것으로 내다 봤다. 이를 반영한 듯 이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은 전날보다 1940원(4.13%) 오른 4만8930원에 거래를 마쳐, 브렉시트 이후 최대 가격 상승폭(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는 "투자자들이 우리나라가 속한 이머징마켓(신흥시장) 등 위험자산에 투자한 돈을 안전한 국채, 미국 달러, 엔화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이머징마켓은 원화가치 및 채권, 주가가 일제히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의 당선이 일시적 정치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그의 정책 중 하나인 미국 보호무역주의는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고, 향후 글로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직관적으로 채권시장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트럼프의 친기업적이고, 국수주의적인 경제 정책들을 살펴봤을 때 △기업과 부자들은 세금을 감면 받고 △정부는 대규모의 투자에 나서고 △상품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공공영역은 줄이고 △민간영역은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씀씀이는 늘어 채권발행 물량이 증가하고, 물가가 높아져 정책금리는 인상할 수 밖에 없으므로 채권시장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갈등관계를 감안할 때 연준의 통화정책도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은 12월 미국 기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기준금리에 대한 트럼프의 근본적 입장은 금리인상시 미국 경제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면 연준 역시 12월에 긴축적인 태도를 가져가기는 매우 힘들어 질 것"이라며 "오히려 추가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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