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 대선 앞두고 '비상체제'…금리동결 기조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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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 인상 불확실성 맞물려 금융 불안 고조
가계부채 부담·성장세 견조해 관망 지속할 듯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긴급 간부 회의를 소집하고 비상대응 체계를 정비했다.

미 대선 결과가 가져올 시장 여파가 불확실하고, 미국 금리 인상과 국내 가계부채 부담 등의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맞물려 있어 올해 두번 남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도 동결 기조를 연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8일 국제결제은행(BIS) 회의를 마치고 예정보다 하루 앞서 조기 귀국했다. 이 총재는 귀국 직후 한은 간부들을 긴급 소집해 미국 대선 이후 예상되는 금융·경제상황을 점검하고, 비상대응계획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그는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앞으로 금융·외환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하는 데 실기함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서울시간으로 오는 9일 확인되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시장,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경기가 출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한은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당장 오는 11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은 금통위로서는 미 대선 여파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다음달로 유력한 미국 금리 인상에 미 대선이 미칠 영향과 국내 가계부채, 부동산 버블 이슈까지 고조된 만큼 당분간은 금통위가 '금융안정'을 위한 금리 동결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두번째)가 8일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는 브렉시트 수준의 금융시장 불안이 현실화되고, 미국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최근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코스피 지수는 1980선까지 하락했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 기조로 전환되는 등 불안 양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 당선 시에는 일단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미 연준(Fed)의 기존 기조인 12월 금리 인상 경계감을 부각시킬 수 높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대선 결과와 12월 미국 금리 인상 등의 리스크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점이 우리 기준금리 결정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연내에는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은 집행부가 부동산 시장 활황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점 역시 당분간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다. 한은은 이달 초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가계부채 급증은 경기 상황보다 주택시장 상황에 연계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취약한 경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1~8월중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68조6000억원 수준으로 평년(30조3000억원) 수준의 두배를 넘어섰다.

당국의 각종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이같은 주택시장 활황과 가계부채 급증세가 당분간은 꺾이기 어렵다고 진단한 만큼 금리 인하를 섣불리 단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올해 성장률이 한은의 전망치인 연 2.7% 수준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연내 금리 인하 주장에도 힘이 빠진 상황이다. 3분기 성장률이 0.7% 수준을 기록하면서 4분기 성장률이 0%만 되더라도 2.7%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반기 내수 절벽과 주력 수출 타격이 현실화되더라도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낮아진 것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4분기 지표를 확인해봐야하겠지만, 3분기 성장률이 호실적이 나오면서 경기 회복세가 크게 나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올해 중 통화정책 기조를 변화할 요인이 거의 없다"며 "미 대선에서 클린턴 당선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12월에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고, 가계부채 급증세와 대책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지 모르는 만큼 내년 1분기까지는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내년 상반기중 추가 금리 인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 이후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교체되고 미국이 금리 인상 공세에 나설 경우 가능한 시나리오다.

김 팀장은 "트럼프가 당선되고 미국 금리 인상이 공세적으로 이뤄질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자본유출이 나타날 경우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 확대와 시장 안정을 급선무로 할 것"이라며 "실물 부문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금리 인하 조치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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